지난 2008년 6월27일 북한이 영변 핵시설 내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7월 초부터 영변 핵시설에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핵 연례 보고서를 인용해 <월스트리트 저널>이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보고서에서 “7월 초부터 냉각수 방출을 포함해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정황들이 있어왔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영변 원자로는 2018년 12월부터 올해 7월 초까지는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이 폐연료에서 플루토늄을 분리하기 위해 영변 원자로 근처에 있는 연구소를 사용하고 있는 정황도 있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면서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영변 핵시설 재가동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 교착과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외교정책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보고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4월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고 북한에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파괴무기(WMD) 조정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 브랜다이스대학 크라운중동연구센터 국장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위해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한 정황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이미 상당한 핵무기를 비축하고 있음에도 무기고를 확장하려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변 핵시설 폐기와 주요 대북 제재 해제를 맞교환할 것을 제안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최근까지 영변 핵심 시설들의 활동 중단은 영변을 폐쇄하겠다는 김정은의 하노이 정상회담 제안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의 재가동은 그가 핵 합의 전망을 낮게 본다는 징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 재개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스팀슨센터의 북한 전문가인 조엘 위트는 “영변에서의 활동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무시할 수 없고 바이든 행정부의 더 높은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 정부 고위 관리 또한 “이 보고서는 우리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대화·외교를 할 긴급한 필요성을 강조해준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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