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중국 베이징의 한 버스정류장에 남자 아이돌을 모델로 한 광고가 세워져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배우 자오웨이(조미)의 모든 활동 영상 삭제, 배우 정솽에 대한 540억원 벌금 부과와 영상 삭제,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중국 팬클럽 소셜미디어 계정 정지….
연예계를 겨냥한 중국 당국의 사정 바람이 거세다. 개별 연예인뿐만 아니라 연예인 팬클럽과 특정 형식의 프로그램에 대해서까지 규제를 하거나 예고하고 있다. 5일에는 리롄제(이연걸), 류이페이(유역비) 등 중국에서 태어났으나 외국 국적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진 연예인들을 퇴출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대만 <자유시보>는 지난 5일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국적의 연예인들이 중국 당국이 추진하는 연예계 규제 타깃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이름도 거론된다. ‘황비홍’, ‘동방불패’ 등으로 유명한 액션 배우 리롄제와 지난해 디즈니 액션영화 ‘뮬란’에 출연한 류이페이, 배우이자 가수인 시에팅펑(사정봉) 등 9명이다. 중국·홍콩 출신인 이들은 각각 싱가포르, 미국, 캐나다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시보>는 최근 중국 방송규제기구인 ‘국가광전총국’이 외국 국적 연예인에 대한 ‘국적 제한령’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곧 외국 국적 연예인을 보기 쉽지 않을 것이며, 이들이 예전처럼 고액 출연료를 받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예계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는 최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990년대 말 ‘황제의 딸’에 출연해 최고 인기 배우가 된 자오메이의 경우, 지난달 26일부터 그가 출연한 작품의 출연진 명단에서 이름이 빠지거나 영상 자체가 삭제됐다. 그가 어떤 이유로 당국으로부터 ‘삭제 조처’를 받았는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의 연관설, 외국 국적 취득설 등 여러 소문이 나오고 있다. 중국판 ‘꽃보다 남자’에 출연한 또 다른 스타 배우 정솽도 지난해 제기됐던 세금 탈루 혐의가 인정돼 지난달 말 2억9900만 위안(54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고, 그와 관련된 영상도 대부분 삭제됐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의 중국 팬클럽도 최근 그의 생일을 축하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가 ‘팬카페 운영 60일 정지’라는 철퇴를 맞았다. 중국 <관찰자망> 보도를 보면, 116만명이 가입한 지민의 중국 팬클럽은 지민의 생일(10월13일)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 4월 포털 바이두를 통해 모금을 진행했고, 제주항공 비행기에 그의 얼굴과 생일 축하 메시지를 그려 넣었다. 이 비행기는 지난 1일 운항을 시작했고, 석 달 동안 운행할 예정이다. 중국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이런 내용이 논란이 되자 웨이보는 지난 4일 “사회 공약을 위반했다”며 60일 동안 카페 활동을 중지시켰다.
중국 당국의 광범위한 연예계 규제는 이례적인 것이라고 <시엔엔>(CNN) 방송은 전했다. 2018년 유명 배우 판빙빙이 탈세 혐의로 중국 연예계에서 사실상 퇴출됐고, 홍콩 독립 지지 발언을 한 배우 등이 퇴출당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여러 기관이 다양한 영역을 타깃으로 해 규제에 나선 적은 드물다는 것이다.
4일 중국 베이징의 유니버설스튜디오 앞에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무질서한 팬덤 관리 강화 통지’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팬덤 문화를 정화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10개의 조항을 발표했다. 연예인 순위 발표 금지, 기획사에 대한 규제 강화, 팬 소비 유도 금지, 미성년자 참여 제한 등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등에서 팬들이 돈 내고 투표권을 살 수 있도록 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주일 뒤인 지난 2일 국가광전총국은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출연자에 대한 관리 강화 통지’를 발표했는데, 이는 더욱 직접적으로 연예 프로그램과 연예인에 대한 규제 방안을 8가지로 나눠 담았다. 부도덕한 연예인의 출연 금지, 아이돌 양성 프로그램의 제한, 연예인 자녀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 금지, ‘냥파오’(여성스러운 남자 아이돌) 스타일의 아이돌 출연 제한, 고가 출연료 제한 등이다. 아울러 관련 종사자들에게 마르크스주의 문예관을 교육하고 정치적 자질을 배양한다는 내용, 사회적 효과와 가치를 우선에 놓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대중문화 영역에 대한 검열 수준의 국가 규제가 예고된 것이다.
중국 당국도 최근 대중문화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숨기지 않는다. 중국의 반부패 컨트롤 타워인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장문의 성명을 통해 그릇된 연예인 문화를 비난하면서 이것이 중국 젊은이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기율위는 정솽 사건과 전 엑소 멤버로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크리스 우 사건 등을 언급하면서 “지도와 변화가 없다면 젊은이들의 삶과 사회 도덕에 엄청난 파괴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흐름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제창하는 ‘공동부유론’의 연장선에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내년 3기 시진핑 체제 출범을 앞둔 시 주석은 경제, 사회,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규제 고삐를 강하게 조이면서, 빈부격차를 줄이고 공산당 영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