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7일 런던의 다우닝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개인에 대한 세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해 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큰 폭의 증세안을 내놨다. 코로나19로 인한 보건서비스 부담이 커지면서 세수 부족 현상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7일(현지시각) 존슨 총리가 새 보건·사회 복지세 도입을 뼈대로 한 세제 개혁안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2022년 4월부터 영국 내에서 개인과 법인이 거둔 소득에 대해 1.25%의 새로운 보건·사회 복지세를 신설하고, 배당 소득에 대해서도 같은 비율 만큼 세금을 물리자는 것이다. 이번 증세안은 의회 승인을 얻어야 효력을 얻는다.
존슨 총리는 신설 세금을 우선 국민보험료에 붙여 청구하고, 2023년부터는 별도 조세 항목을 신설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국민보험료를 내지 않았던 고령 노동자들도 신설된 보건·사회 복지세를 납부해야 한다. 영국 정부는 이번 세금 인상으로 앞으로 3년간 360억파운드(약 57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존슨 총리의 이번 인상안으로 영국의 조세부담률이 1950년 이후 70년 만에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35.5%로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코로나19로 늘어난 국가부채를 갚기 위해 1974년 이후 47년 만에 처음으로 법인세율을 기존 19%에서 2023년까지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 역시 법인세율을 낮추겠다고 했던 존슨 총리의 과거 발언과는 반대되는 조처였다.
영국 정부는 세수 확대를 통해 우선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의료 과부하’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금을 의료 시스템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환자 수용 능력을 지금보다 10% 정도 늘리고 진료·검사·수술을 900만 건 더 소화하기로 했다. 길게는 이 재원을 향후 20년 동안 인구 노령화에 따라 비용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국의 사회보장제도의 부담을 완화하는데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영국 정부의 증세안은 대중과 여야 모두의 비판을 사고 있다. 집권당인 보수당 내에서도 소득세, 국민보험 개인 분담금, 부가가치세 등을 올리지 않겠다고 공약해 2019년 총선에서 승리했는데 이 공약을 파기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2024년에 열리는 선거를 걱정하는 의원들도 있다. 존슨 총리 역시 7일 “코로라19 대유행이 일어날지 누구도 예상 못했다”는 말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야당인 노동당은 “청년층과 저소득층이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됐다”며 반대 뜻을 밝히고 있다.
영국 정부는 정면 돌파 태세다. 존슨 총리는 “지난 정부들은 수십년 동안 (세금 인상과 같은) 어려운 문제를 회피해왔다”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후유증을 해결할 수 없다. 계속 빚을 내 비용을 대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리시 수낙 재무장관도 “코로나19 이후에도 무상 이용이라는 국민보건서비스 운영 원칙을 유지하겠다면 비용에 관해 솔직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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