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자체 심층 조사를 통해 인스타그램이 10대들의 정신 건강에 유해한 것을 거듭 확인했음에도 어린이용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페이스북이 자사의 인스타그램 서비스가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했음에도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14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이 지난 3년 동안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러 차례의 심층 조사에서 인스타그램이 10대의 정신 건강을 해친다는 걸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페이스북의 내부 연구 결과물을 직접 확인했다며, 인스타그램은 특히 10대 소녀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인스타그램은 이용자들이 사진을 올리며 소통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며 페이스북은 2012년 이 서비스를 10억달러에 인수해 운영해오고 있다.
페이스북 내부 연구진은 지난해 3월 내부 게시판에 올린 프레젠테이션 자료에서 “10대 소녀의 32%는 자신들의 몸에 대해 불만을 느낄 때 인스타그램이 더 비참하게 만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인스타그램에서의 비교는 젊은 여성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묘사하는지 변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인식에 인스타그램이 큰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다.
앞서 2019년 연구에서는 “10대들이 불안과 우울 증가의 원인으로 인스타그램을 지목했다”며 “이런 반응은 연령대와 상관 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영국 사용자 중 13%는 자살 충동 원인으로 인스타그램을 지목했다고 밝혔다. 미국 사용자 중에서도 6%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다양한 이용자들의 게시물을 모아서 보여주는 ‘둘러보기’ 페이지가 이용자들을 유해한 콘텐츠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 연구도 있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런 심층 연구 결과를 페이스북 고위 경영진이 점검했으며,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도 지난해 이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고 전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페이스북은 13세 이하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을 따로 개발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페이스북의 이런 행태에 대해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소속 로리 트레이핸 하원의원은 보도 직후 “페이스북은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계획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며 페이스북은 청소년 보호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의원 등 공화당 소속 의원들도 페이스북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고 <시엔비시>(CNBC)가 전했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사생활 보호 등 때문에 내부 자체 조사 결과물을 공개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투명성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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