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2월 중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당시 부통령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 이뤄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에서 대면 정상회담을 제안했으나 시 주석은 확답하지 않았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바이든 대통령이 90분 동안 이뤄진 통화에서 미-중 관계 교착을 깨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시 주석에게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다고, 이 통화에 관해 설명 들은 여러 명을 인용해 전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미국이 중국에 덜 공격적인 태도를 취할 것을 주장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지난 9일 통화는 2월 통화 뒤 7개월 만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해 이뤄졌다. 두 나라 장관, 부장관급 접촉에도 진전이 없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라고 미 관리는 <시엔엔>(CNN)에 말했다.
시 주석은 이 통화에서 비교적 거칠지 않게 말하면서도 미국이 대중국 언사를 완화할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신장 위구르와 홍콩의 인권 상황이나 대만 문제와 관한 미국의 비난에 불만을 제기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이 정상회담 제안에 동의하지 않은 것을 두고 미국의 일부 관리들은 중국이 계속 미국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코로나19 상황도 하나의 이유로 보고 있다고 한 관리는 말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인 지난해 1월 미얀마를 국빈방문한 이후 중국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오는 10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고려했으나, 중국 언론은 시 주석이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주요20개국 정상회의 즈음에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화상통화를 하기로 합의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어쨌든 미국은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데에 실망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을 내어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며 “우리가 말해왔듯이 두 정상은 둘 사이의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고, 우리는 그것을 존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지난 9일 두 정상이 통화에서 “경쟁이 충돌로 바뀌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한 두 국가의 책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두 정상이 미-중 관계와 양국 관심사에 대해 솔직하고 폭넓은 전략적 소통을 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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