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사실상 ‘동맹들과 힘 모아 중국 견제’라는 대외정책의 핵심 기조를 명확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뒤 처음으로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 연설에서 “나는 오늘 여기에 20년 만에 처음으로 전쟁 중이 아닌 미국과 함께 서 있다”며 “우리는 (역사의) 페이지를 넘겼다”고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와 전쟁 종료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미국 군사력은 최초가 아닌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하고, 그것이 전세계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국가 이름을 직접 입에 올리지 않았을 뿐, 중국 견제라는 정책 노선을 연설 곳곳에서 분명히 밝혔다. 그는 “미국은 오늘날과 미래에 가장 중대한 인도태평양 같은 지역으로 초점을 옮긴다”고 말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호주)와 함께 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오는 24일 백악관에서 첫 대면 정상회의를 연다. 미국은 지난 15일에는 영국·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새로운 안보 동맹체인 오커스(AUKUS)를 창설하고 오스트레일리아에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지원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세계 권위주의(국가)는 민주주의 시대의 종언을 선언하려 할지 모르나 그들은 틀렸다”고 말했다. 중국, 러시아를 겨냥한 말로 풀이된다. 그는 또 “국제무역의 새 규칙과 경제적 성장을 추구”하고 “기본적 노동권, 환경 보호장치, 지식재산권”을 보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강대국이 힘에 의한 영토 변경, 경제적 강요, 기술 착취, 허위정보를 통해 약자를 지배하려는 시도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미국이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분야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신장 지역이든 북부 에티오피아든 다른 곳에서든 인종, 종교적 소수에 대한 탄압이 일어날 때 우리 모두 비난해야 한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신냉전이나 경직된 블록으로 나뉜 세계를 추구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격하게 경쟁하고 우리의 가치와 힘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강조한 ‘동맹과의 단합’ 메시지가 제대로 통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영국과 손잡고 오스트레일리아에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해 프랑스가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화상으로 한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한 나라의 성공이 다른 한 나라의 필연적인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호존중과 공평정의, 협력과 상생의 신형 국제관계를 건설하고, 이익의 접점을 넓히고, 최대의 동심원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견제에 나선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민주주의는 어느 나라의 전매특허가 아니라 각국 국민의 권리”라며 “최근 국제정세의 전개 과정은 외부의 군사적 간섭과 이른바 민주 개조라는 것이 엄청난 후환을 초래한다는 것을 재차 증명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군 철수 뒤 혼란을 빚고 있는 아프간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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