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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내 몸에서 법을 치워라”…미 전역에서 임신중지 권리 목소리

등록 2021-10-03 12:51수정 2021-10-04 02:01

‘위민스 마치’, 600여곳에서 대규모 집회
텍사스주 임신중지 금지법 시행에 위기감
대법원, 12월엔 미시시피주 법 다룰 예정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를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가 2일(현지시각) 수도 워싱턴 등 미국 전역에서 열렸다. 워싱턴에 있는 연방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임신중지 권리 보호를 외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를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가 2일(현지시각) 수도 워싱턴 등 미국 전역에서 열렸다. 워싱턴에 있는 연방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임신중지 권리 보호를 외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시위가 2일(현지시각) 수도 워싱턴을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열렸다. 지난달 1일 텍사스주에서 임신 6주 이후의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법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임신중지 권리가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뤄진 대규모 집회다.

120여개 단체들로 이뤄진 ‘위민스 마치’(여성 행진)는 이날 워싱턴,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도시 600여곳에서 ‘임신중지 정의 집회’를 열었다.

워싱턴에서는 약 5000명이 백악관 근처 프리덤플라자에 모였다. 텍사스주의 임신중지 권리 단체인 아피야센터의 마샤 존스 사무총장은 연설에서 “임신중지는 ‘보건’일 뿐만 아니라, ‘자기 보호’라고 믿는다”며 “우리 몸에 뭘 어떻게 하라고 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내 몸에서 당신의 법을 치워라’고 쓰인 빨간 탱크톱을 입고 어머니와 함께 참가한 캐티 도노반(18)은 “내 아이들은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시위를 할 필요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집회 참가자는 주로 여성들이었지만 남성도 있었다. 데이비드 바로우스(74)는 “남성도 임신할 수 있었다면 임신중지는 (건드릴 수 없는) 성체(聖體)였을 것”이라고 쓴 푯말을 들었다. 그는 “여성들은 언제 아이를 가질지 결정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아이를 갖는 것은 엄청난 책임이고, 돌볼 수 없는 아이를 갖도록 누구도 강요당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프리덤플라자에서 약 2㎞ 떨어진 연방대법원까지 행진해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대법원 주변에는 임신중지 반대자들도 시위에 나서, 양쪽이 “내 몸! 내 선택!”, “임신중지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집회에 참석한 애슐리 해리슨은 지역 공영라디오 <케이유티>(KUT)에 “이 법이 안 바뀌면 (텍사스 밖으로) 이사할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민스 마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튿날인 2017년 1월21일 워싱턴에서 첫 집회를 연 뒤 해마다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한 대규모 집회를 열어왔다. 5회째인 이날 집회는 지난달 텍사스주에서 임신중지 권리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법이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이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달 1일 시행된 텍사스주 임신중지 금지법은 의학적 응급상황을 빼고는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을 포함해 태아의 심장박동 확인(임신 6주 무렵) 이후의 임신중지를 금지한다. 이 법은 임신 22~23주 이전까지는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하는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뒤집는 것이다. 임신중지 권리 옹호 단체들은 이 법 시행을 막아달라고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에서 5명의 찬성으로 기각됨에 따라 법 시행에 들어갔다. 여성의 선택권을 지지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텍사스주의 임신중지 금지법에 소송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연방대법원은 오는 12월에는 임신 15주 이후의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미시시피주의 법의 합헌성을 다룰 예정이다. 대법원이 이 법에도 손을 들어줄 경우, 공화당이 주 정부·의회를 장악한 미국 내 여러 주들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임신중지 금지가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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