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로이터 연합뉴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난 8일(미 동부시각) 화상통화를 하고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상황 등을 논의했다. 미국은 중국의 비시장 정책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중국은 미국에 관세 철폐를 요구하는 등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 무역대표부는 이 통화 뒤 낸 보도자료에서 “솔직한 의견 교환 속에서 두 사람은 양자 무역관계의 중요성과 그것이 미·중과 국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통화는 지난 5월26일 이후 두 번째이며, 지난 4일 타이 대표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부과된 고관세율 유지와 1단계 무역합의 준수 요구라는 대중국 통상정책의 뼈대를 밝힌 지 나흘 만이다.
미 무역대표부가 ‘솔직한 의견교환’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비춰볼 때, 타이 대표와 류 부총리는 이날 주요 현안과 관련해 서로의 입장을 좁히는 대신 양쪽의 견해차를 거듭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역대표부는 “타이 대표가 미국 노동자와 농업인, 기업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중국의 국가주도적, 비시장 정책·관행과 관련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중국의 관행 등을 거듭 지적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미 무역대표부의 한 관리는 이날 통화에 앞서 기자들에게, 타이 대표가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상황에 대한 평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은 지난해 1월 맺은 1단계 무역합의에서, 중국은 2020~2021년 미국 농산물 등 제품과 서비스를 2017년 대비 2000억달러 추가 구매하고, 미국은 중국에 추가 고율관세를 자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중국이 2020년에는 이 목표에서 40% 뒤쳐졌으며 올해는 30%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류 부총리도 물러서지 않았다. <신화통신>은 “양쪽은 각자의 우려를 나타냈다”며 “중국 쪽은 관세와 제재의 취소에 대해 교섭을 제기했고, 중국 경제 발전 모델과 산업정책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비시장 관행’이라고 부르는 보조금 지급 등의 정책을 양보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류 부총리가 거듭 강조했다는 뜻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날 통화의 성격을 ‘탐색’으로 설명했다. 무역대표부 당국자는 “타이 대표는 이번 통화를 이런 형식의 관여가 우리가 바라는 결과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지 판단하는 테스트로 여긴다”고 말했다고 <시엔비시>(CNBC)는 전했다. 무역대표부는 “타이 대표는 류 부총리와 가까운 미래에 후속 논의를 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신화통신> 역시 “양쪽은 동등한 접근과 상호 존중으로 계속 소통하기로 합의했다”며 후속 논의를 예고했다.
이날 통화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두 정상은 올해 안에 화상 정상회담을 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미 정부 당국자가 6일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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