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부산에 입항한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미시간의 모습. 부산/연합뉴스
미국 해군의 핵 기술자 부부가 핵잠수함 기술을 외국에 몰래 판매하려다 위장근무 중인 연방수사국(FBI) 수사관에게 체포됐다.
미국 법무부는 10일 미 해군에서 '핵 추진 프로그램'에 배속돼 일하던 기술자 조너선 토비(42)와 아내 다이애나 토비(45) 부부를 원자력법 위반으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부부는 땅콩버터에 핵잠수함 설계 데이터를 숨겨서 외국을 대리하는 사람에게 팔려다가 지난 9일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체포됐다. 이 데이터를 사려던 사람은 위장근무 중이던 연방수사국 수사관이었다.
남편 토비는 지난 2020년 4월 한 외국 정부에 핵무기 기밀 데이터가 담긴 소포를 보냈다. 그는 이 자료 구매를 위해 자신과 어떻게 연락할 수 있을지를 암시하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그는 이후 암호화된 이메일로 한 개인과 연락하기 시작했다. 토비는 이 인물이 외국 정부를 대리하는 요원이라고 생각했지만, 연방수사국 수사관이었다.
몇 개월 뒤 부부는 10만달러를 대가로 비밀 정보를 제공하는 거래를 맺었다. 지난 6월 부부는 웨스트버지니아주로 가서 핵잠수함 기술이 담긴 자료를 약속된 장소에 놓고 갔다. 부인 다이애나가 망을 보는 가운데 남편 토비가 반쪽짜리 땅콩버터 샌드위치에 끼워진 에스디(SD) 카드를 전달한 것이다.
이들은 그 뒤 2만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받은 뒤 에스디 카드를 읽을 수 있는 ‘해독키’를 전해줬다. 8월28일에 또 한 차례 거래를 통해 7만달러 상당의 암호화폐가 건네졌다.
부부가 건넨 에스티 카드엔 미국이 운용 중인 최신형 잠수함인 버지니아급(7800t급) 공격용 핵잠수함의 스텔스 기능, 정보 수집, 무기체계 등 설계와 운용 등과 관련한 중요 자료가 담겨 있었다. 1척 건조에 30억달러가 드는 잠수함이다.
연방수사국은 이들 부부를 세번째 거래에서 체포했다. 이들이 거래하려 했던 국가가 어디인지는 발표되지 않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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