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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누가 속였을까…사우디, 트럼프에 가짜 호피·상아 선물

등록 2021-10-12 13:35수정 2021-10-13 02:38

2017년 취임 첫 방문국 사우디에서 환대
국무부에 신고 않고 퇴임 전날 총무청에 보내
조사해보니 모피는 염색, 상아는 모조품 판명
쿠슈너도 신고 않고 퇴임 뒤 4만8000불 지불
2017년 5월20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리야드의 왕궁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으로부터 압둘아지즈 국왕 훈장을 받고 있다. 리야드/로이터 연합뉴스
2017년 5월20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리야드의 왕궁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으로부터 압둘아지즈 국왕 훈장을 받고 있다. 리야드/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 외국 방문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받은 호랑이·치타 모피 의류와 상아 손잡이가 달린 단검이 가짜로 드러났다.

<뉴욕 타임스>는 11일(현지시각) 정보자유법에 따라 공개된 정부 문서와 전·현직 정부 관리 등의 진술 등을 토대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외국 정부로부터 받은 선물의 부실 처리 등을 짚었다.

2017년 5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첫 순방 국가로,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협상 타결 등으로 관계가 냉랭해졌던 동맹 사우디를 방문했다. 사우디는 트럼프를 환대하면서 82개의 선물을 건넸다. 이 가운데 가장 비싼 백호·치타 모피 의류와 상아 단검 등 9개 품목은 백악관의 선물 담당 부서로 옮겨졌으나, 규정과 달리 국무부에는 신고되지 않았다. 미국 법에 따라 미 관리들은 외국인으로부터 받은 415달러 이상의 선물은 개인이 보유할 수 없고, 정부는 이런 선물을 매년 공개해야 한다.

백악관은 트럼프 퇴임 전날인 지난 1월19일에야 이 선물들을 연방총무청(GSA)에 보냈다. 그 뒤 총무청이 이를 보관하는 것은 멸종위기종법 위반이라는 언론의 지적이 일자 어류·야생생물관리청(USFWS)으로 보내졌다.

더 놀라운 일은 거기서 벌어졌다. 검사해보니, 모피는 염색된 모조품이었다. 또한 상아처럼 보이는 단검 손잡이는 “(진짜 코끼리 어금니가 아니라) 다양한 치아나 뼈를 포함하는 걸로 보인다”고 미 내무부는 밝혔다. 사우디 왕실이 백악관을 속인 건지, 공급 업자에게 속은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주미 사우디 대사관과 트럼프 전 대통령 쪽 모두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보좌관이던 재러드 쿠슈너는 사우디에서 3개의 단검을 선물받았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쿠슈너는 정권이 바뀌고 지난 2월 이 단검들을 포함한 6개의 선물 값 4만8000달러를 미 정부에 지불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선물 난맥상은 더 있다. 국무부 감찰관은 주요20개국(G7) 정상들에게 줄 목적으로 만들었던 수천달러 짜리 선물 꾸러미를 트럼프 정부 관리들이 가져갔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중이다. 미 대통령 휘장이나 트럼프 부부의 서명이 들어간 가죽 서류가방, 주석 쟁반, 대리석 장신구함 등으로 구성된 이 꾸러미들은 지난해 미국에서 열려다 코로나19로 취소된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 대비한 것이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2019년 6월 일본으로부터 받은 5800달러짜리 위스키의 행방을 조사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이 위스키를 받지 않았다고 당시 해명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베트남에서 22캐럿 금화와 도자기를 선물받았다는 기록이 있지만, 행방이 묘연하다. 볼턴 전 보좌관은 그 선물을 가져가지도, 원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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