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12일(현지시각) 의사당에서 걸어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3조5000억달러(약 4200조원) 규모의 사회복지 예산안의 규모를 감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과도한 재정 지출이라며 반대하는 당내 중도파를 무시하고는 이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없기에 절충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2일(현지시각)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매우 변혁적인 3조5000억달러 원안을 유지하지 못해 실망스럽다”고 감축 방침을 재확인하고, “자원이 적어서 몇가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예산안 처리 목표 시한으로 제시해둔 10월31일을 맞추려면 매우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 예산안에 들어있는 프로그램들의 시행 기간을 단축해서 전체 규모를 줄이는 방식을 언급했다. 그는 “일부 의원들이 내게 ‘모든 프로그램을 다 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지출을 낮추기 위해서, 많은 경우에 ‘기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예산안에 담긴 △3~4살 무료 유치원 △양육 보조금 지급 △커뮤니티컬리지 2년 무상 교육 △유급 가족·의료 휴가 △메디케어(65살 이상 의료보험) 적용 분야 확대 △재생에너지 전환 보조금 지원 등의 모든 항목들을 가급적 유지하되, 각각의 시행 기한을 줄이겠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대표적 중도파인 조 맨친 상원의원은 재정 적자 등을 우려하면서 사회복지 예산 규모가 1조5000억달러를 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종 절충 규모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초 의원들을 만났을 때 제시한 2조달러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회복지 예산안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해 지난 8월 상원을 통과하고 하원 처리를 남겨둔 1조2000억달러 인프라 예산안과 연동돼 있다. 민주당 내 진보 성향 의원들이 사회복지 예산안 통과가 보장되지 않으면 인프라 예산안에도 반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상원 의석을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균점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사회복지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면 당 소속 의원 전체가 동의해야 한다. 하지만, 맨친과 키어스틴 시너마 등 2명의 상원의원은 이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고수하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의 애를 태우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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