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컬러스 번스 중국 주재 미국대사 지명자가 20일(현지시각)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중국·일본 주재 대사 지명자들이 20일(현지시각)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한 목소리로 중국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한·일 등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동맹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한다’는 바이든 정부 외교정책의 핵심 기조가 이번 발언을 통해 재확인된 것이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주재 미국 대사, 국무차관 등을 지낸 직업 외교관 출신인 니컬러스 번스 주중국 대사 지명자는 “21세기 최대 지정학적 시험”인 중국과의 경쟁과 협력 사이의 균형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중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번스 지명자는 중국을 ‘중화인민공화국’(PRC)으로 부르면서 “신장 집단학살(제노사이드), 티베트 학대, 홍콩 자치·자유 질식, 대만 괴롭힘은 정당하지 않으며,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조사를 막았다고도 비판했다.
번스 지명자는 특히 중국이 최근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해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분명히 대만 문제에서 중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대만이 중국의 공격을 당했을 때 미국이 방어할지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유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미-중 간 다른 중요 쟁점에 대해선 “지난 40년간 이어진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하는 게 더 낫다”, “대만관계법에 따라, 우리는 (무기 판매 등을 통해) 대만이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일 등과 긴밀한 협력을 강조해 온 점과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인도·오스트레일리아·일본의 협의체인 쿼드(Quad) 협력을 지속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번스 지명자는 그렇다고 중국을 과대평가해서도 안 된다며 “우리의 강력함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중국은) 신과 같은 힘을 가진 나라가 아니다. 인구학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상당한 약점과 도전을 안고 있는 나라다. 중국은 친구가 거의 없다. 진정한 동맹이 없다”고 말했다.
20일(현지시각) 상원 외교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람 이매뉴얼 일본 주재 미국대사 지명자. 워싱턴/AP 연합뉴스
람 이매뉴얼 주일본 대사 지명자 또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시카고 시장을 지낸 그는 “중국은 분열을 통해 정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의 전략은 단결을 통한 안보”라고 말했다. 지역의 중요 현안인 한-일 관계에 대해선 “20세기가 우리에게서 21세기의 기회를 빼앗아가도록 해선 안 된다”며 미래지향적인 개선을 강조했다. 한-일 간의 역사 문제에 대해선 “진심 어린 것이고 심각하다”면서도 “집중해야 할 것은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이 아니라 ‘미래’와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또 “아무도 (한-일) 양쪽 중 한쪽을 공개적으로 곤란하게 하거나 창피 주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목표는 비공개 대화가 진전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문제, 기후변화, 인프라, 공급망 등의 분야에서 한-미-일이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번스 지명자와 이매뉴얼 지명자는 앞으로 외교위와 상원 본회의 표결을 거쳐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중국과 일본 대사로 중량급이라 평가할 수 있는 이 두 인사를 골랐지만, 한국 대사는 지명하지 않고 있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지난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미 관계를 더 공고히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을 선발하기 위해서 (미국이) 고민하고 있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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