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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주윤발·임청하의 홍콩 할리우드, 검열로 ‘시네마 지옥’

등록 2021-10-28 09:13수정 2021-10-29 02:37

홍콩 입법회, 영화검사조례 개정안 통과
국가안보 반하면 허가된 영화도 취소
25일 홍콩 시민들이 신호등 앞에 서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25일 홍콩 시민들이 신호등 앞에 서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홍콩에서 국가안보에 반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당국이 판단한 영화의 상영이 금지된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는 27일 당국이 ‘국가안보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한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영화검사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개정안을 보면, 영화의 내용이 중국 정부를 비판하거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을 미화한다고 판단할 경우 당국은 상영을 금지할 수 있다.

이 규정은 소급 효과가 있어 이미 상영허가를 받은 영화도 허가를 취소하고 상영을 금지할 수 있다. 허가가 취소되면, 영화의 온라인 배포나 디브이디(DVD) 판매 등도 할 수 없다.

이를 어기고 영화를 상영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과 최대 100만 홍콩달러(1억5천만원)의 벌금을 물린다. 기존 불법 상영의 경우 최대 1년의 징역, 최대 20만 홍콩달러(3천만원)의 벌금을 물렸다.

이번 개정안은 홍콩 입법회를 장악한 친중 성향 의원들이 주도했다. 친중파 렁메이펀 의원은 “2016년 개봉한 영화 <십년>의 경우 젊은이들에게 자국에 대한 증오를 품도록 유도한다. 홍콩은 이런 세력들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십년>은 2025년 자유가 완전히 사라진 홍콩 사회의 미래 모습을 5편의 단편으로 담은 옴니버스 영화다.

에드워드 야우 홍콩 상무장관은 “개정안은 영화 검열 체계를 강화하고 검열의 허점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며 “대부분의 영화는 국가안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1990년대 제작된 코미디 영화나 액션 영화의 상영도 금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저우싱츠(주성치) 주연의 코미디 영화 <007 북경특급>이나 토니 렁(양가휘) 주연의 <북경 예스마담>과 같은 영화에는 중국의 부패상 등이 담겨있다.

홍콩에서는 현재도 영화 검열이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6월 홍콩 영화제에 출품하려 했던 25분짜리 단편 영화 <집>의 경우 2019년 송환법 시위 관련 내용을 다뤘다는 이유로 14개의 장면을 편집하도록 요구당했다. 감독이 이를 거부해, 현재까지 상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홍콩은 1970~1990년대 동양의 할리우드로 불리며 뛰어난 영화를 많이 제작했고 스타 배우와 감독을 여럿 배출했다. 한국에서도 홍콩 영화는 큰 인기를 끌었고, 주윤발, 장국영, 왕조현, 임청하, 양조위, 구숙정 등 많은 배우들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기점으로 영화 산업은 내리막 길을 걸었다. 영화계 인사들이 해외 활동에 치중하고, 비슷한 소재의 영화가 다수 제작되면서 힘을 잃었다. 특히 지난해 도입된 홍콩 국가보안법은 홍콩의 정치적 자유를 사실상 없앰으로써 문화계의 창작의 자유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

중국어 영화를 연구하는 셸리 크라이서는 <뉴욕타임스>에 “국가보안법의 기본 목표 중 하나는 홍콩의 영화 제작자와 투자자, 제작자, 배급사, 극장 등에 자기 검열을 내면화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많은 아이디어들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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