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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기후변화 대책도 미-중 대결…‘2050 탄소중립’ 불발

등록 2021-11-01 21:48수정 2021-11-02 02:35

간극 확인한 G20 정상회의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신냉전’이라 불리는 국제적 갈등 속에서도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거인’ 간의 국제적 연대가 가능한 의미 있는 고리라 여겨져왔다. 하지만 지난 30일부터 이틀 동안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이 문제를 매개로 미-중 협력 등 국제연대를 이뤄내는 게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임을 일깨워줬다.

이번 회의의 핵심 관심사는 3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한 제26회 유엔기후변화회의(COP26)에 앞서 세계 주요국이 기후변화 대책과 관련해 ‘일치된 목소리’로 의미 있는 결단을 내놓을 수 있을지 여부였다. 결론적으로 미-중 사이의 알력으로 인해 ‘절반의 대책’만이 나온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 20개국 정상들은 31일 공개된 공동선언문에서 “우리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 이하로 억제한다는 파리기후협정을 준수하면서도,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 이상이 되지 않도록 억제하는 노력을 추구하기로 했다”는 데 합의했다. 파리협정보다 1.5℃ 목표를 더 강조한 ‘진전된 공약’이 나온 셈이다.

하지만 이를 달성할 구체 대책은 여전히 미완성이었다. 기후변화의 주 현상인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배출을 ‘0’으로(탄소중립) 하는 시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과학계는 205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고 촉구해왔고,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2050년을 못박으려 했다. 하지만 중국을 필두로 러시아·인도가 연기를 주장해 “금세기 중반까지”(around mid-century) 달성한다는 어구를 넣는 등 애매하게 절충했다.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러시아는 ‘2060년으로 연기’를 주장했고, 인도는 시점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주요 배출국의 이견으로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는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이런 징조는 이번 회의 개최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0년 초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뒤 주요국 정상들이 모이는 첫 대면 회의였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직접 참가하지 않아 회의의 한계를 예고했다. 결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1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약속을 하는 데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최대 탄소배출원인 ‘석탄 사용’과 관련해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정상들은 올해 말까지 해외의 석탄발전소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합의했지만, 자국 내 석탄발전을 언제 끝낼지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라는 문구로 얼버무렸다. 선진국들은 ‘2030년대 말까지’라는 구체적 목표를 정하자고 했지만, 인도 등이 반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변화 대책에 관해 “희망들이 충족되지 않았으나, 땅에 파묻히진 않은 채 로마를 떠난다”는 말로 이번 회의의 의의와 한계를 지적했다. 그동안 미-중은 악화되는 양자 관계 속에서도 기후변화는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해왔지만 현실은 달랐던 셈이다. 특히 양국 간 최대 현안인 대만 문제 등으로 불신이 증폭된 점이 이번 회의의 성패를 갈랐다.

기후 문제의 해결이 어려운 것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책임 소재’ 때문이다. 개도국들은 그동안 탄소를 배출해온 선진국들의 책임이 크니 충분한 비용을 지급하라고 주장하지만, 선진국들은 현재 배출국들인 중국 등이 즉각 의무를 실행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결국 이 난제는 미-중 간의 신뢰에 기초한 ‘대타협’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러시아·인도를 압박하는 데 주력했다. 시 주석은 31일 회의 석상에서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을 조정해야 하고, 기후변화와 민생보장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며 맞섰다. 중국은 갑작스러운 석탄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전력난을 겪고 있다.

31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 등이 트레비 분수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동전을 던지고 있다. 로마/UPI 연합뉴스
31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 등이 트레비 분수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동전을 던지고 있다. 로마/UPI 연합뉴스

기후변화 대책에 대한 미-중 보조가 어긋난 틈새에서 미국은 한국 등 14개국 정상들을 따로 모아 ‘공급망 회복력 관련 글로벌 정상회의’를 여는 등 대중국 포위를 위해 동맹국을 규합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공급망은 노동자들의 존엄이나 목소리를 지원하기 위해 강제노동이나 아동노동에서 자유로워야 하고, 우리의 환경 목표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먼저 열린 유럽연합(EU)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관세를 일부 면제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선 “중국 같은 나라에서 ‘더러운 철강’이 우리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할 것”이라는 막말도 쏟아냈다. 시 주석은 앞선 30일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겨냥해 “인위적으로 소그룹을 만들어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선을 긋고 있다. 백해무익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과도 있었다. 주요 20개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디지털세 도입, 개발원조 등 분야에서 진전을 이뤄냈다. 올해 말까지 최소 세계 인구의 40%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다음해 중반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최빈국에 대한 1천억달러 개발원조에도 의견 일치를 이뤘다. 또 글로벌 대기업을 겨냥한 최저 15% 세율의 ‘글로벌 법인세’ 도입을 최종 확정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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