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를 입고 경기에 뛰어 벌금 징계를 받은 노르웨이 비치핸드볼 대표팀. 트위터 갈무리
이제 여자 비치핸드볼 선수들은 비키니를 입지 않아도 된다.
국제핸드볼연맹(IHF)은 여자 선수에게 비키니 착용을 강제하는 규정을 폐기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여자 선수들에 비키니 착용을 강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성차별이라는 비판이 잇따른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규정은 “여자 선수는 몸에 꼭 끼는 짧은 바지를 입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전 규정은 여자선수에게 “몸에 꼭 끼고 다리 위쪽으로 각도가 나도록 잘린” 비키니를 입도록 요구했다. 이런 규정은 남자선수에게 무릎 위 4인치(10㎝) 이내의 헐렁하지 않은 반바지 착용을 요구한 것과 비교해, 여자선수의 성적 선정성을 강조하는 성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7월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 대표팀은 비키니 착용을 거부하고 짧은 바지 차림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했다. 당시 노르웨이팀 선수 율리 아스펠룬드 베르그는 “ 비키니를 입으면 운동할 때 하의가 위로 말려 올라가서 늘 제자리에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며 “우리는 남자들과 같은 대우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제핸드볼연맹은 규정 위반이라며 벌금 1500유로(200만원)을 부과했으나, 오히려 이번 기회에 성차별적 복장 규정을 폐기하라는 여론의 역풍을 만났다. 미국의 유명 가수 핑크는 국제핸드볼연맹을 비난하며 노르웨이팀 선수들의 벌금을 대신 내주겠다고 제안했다.
논란이 제기되자 하산 무스타파 국제핸드볼연맹 회장은 지난 8월 애초 “비키니 착용은 비치핸드볼처럼 모래에서 경기하는 비치발리볼의 규정을 따른 것”이라며 규정을 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르웨이핸드볼연맹의 카레 게어 리오 회장은 “규정 변경을 촉발한 노르웨이팀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관련기사
“노출 대신 실력을 보라”…여자선수 ‘성차별’에 잇단 반기
https://www.hani.co.kr/arti/sports/sportstemp/1006011.html
‘반바지’ 선수들 징계했다가…사퇴 요구 직면한 핸드볼연맹 수장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0724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