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바르샤바에서 6일(현지시각) 엄격한 임신중지 규제 법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임신중지 수술 지연으로 목숨을 잃은 여성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바르샤바/AFP 연합뉴스
폴란드에서 임신중지(낙태)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법 때문에 임신한 여성이 목숨을 잃은 것을 계기로 6일(현지시각) 임신중지 규제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시위는 수도 바르샤바와 그단스크, 포즈난 등 몇몇 도시에서 벌어졌으며,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지난 9월 숨진 30살 임신 여성의 사진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자벨라라고만 알려진 이 여성은 지난 9월 임신 22주 상태에서 양수가 터져 병원을 찾았으나 제때에 수술을 받지 못해 패혈 쇼크로 숨졌다. 태아의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았으나, 의사들은 태아의 심장이 멈출 때까지 수술을 미뤘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 여성은 병원에 도착해 자신의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법 때문에 처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현지 방송이 보도했다. 그는 “법 때문에 병원이 아무 조처도 할 수 없다. 그들은 태아가 숨을 멈추거나 다른 무슨 일이 벌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고 전했다.
이 여성의 사망 소식은 최근 이 여성의 변호사를 통해 소셜미디어 등으로 퍼져나갔고, 이를 계기로 임신중지를 규제하는 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폴란드는 태아가 기형이거나,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성폭력으로 임신한 경우만 임신중지를 허용해 왔는데,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는 기형을 이유로 한 임신중지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불법 낙태는 최대 징역 8년형을 받을 수 있다.
임신중지 옹호 활동가들은 헌재의 결정 이후 의사들이 임신한 여성의 생명이 위험해도 수술을 꺼린다고 지적했다. ‘여성과 가족계획 연합’ 소속 활동가 우르슐라 그뤼추크는 “이자벨라 사망 사건은 헌재의 결정이 의사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지난해 헌재 결정 직후 태아가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법 개정을 제안했으나, 아직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