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한겨레> 자료 사진
현대차와 기아차의 결함을 제보한 전 현대차 직원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로부터 2400만달러(약 282억원)가 넘는 포상금을 받는다.
미 도로교통안전국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차와 기아차 미국 법인과 관련된 정보 제공과 관련해 내부고발자에게 2400만달러 이상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관은 내부고발자에 대한 포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포상금을 받는 내부고발자는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이다. 김 전 부장은 현대차에서 25년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세타2 엔진의 결함을 알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 2016년 미 도로교통안전국과 한국 국토교통부에 제보했다.
도로교통안전국은 김 전 부장의 제보를 토대로 조사를 진행해, 현대차와 기아차가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차량 160만대에 대한 리콜을 적기에 하지 않았고, 엔진의 심각한 결함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도로교통안전국에 부정확하게 보고했다고 판단하고 2020년 11월 동의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8100만달러의 과징금을 미 정부에 냈다.
도로교통안전국은 100만달러 이상의 과징금 도출로 이어지는 중요 정보를 제공한 내부고발자에게는 해당 과징금의 최대 30%를 포상금으로 지급할 수 있게 한 법 규정에 따라 김 전 부장에게 최대치를 포상한다.
스티븐 클리프 도로교통안전국 부국장은 “내부고발자들은 심각한 안전 문제에 관해 우리 기관에 정보를 가져다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며 “이 정보는 대중의 안전에 치명적이고, 우리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보상하는 데 전념한다”고 말했다.
김 전 부장은 성명을 내어 “이 결함 있는 차들의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내가 감수한 위험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받아 기쁘다. 이런 일이 가능하도록 미국 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해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김 전 부장은 2016년 11월 회사 영업비밀 유출 등을 이유로 해임됐다. 그는 한국에서 내부고발자로 인정받아 2018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고, 2019년에는 국민권위원회로부터 2억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미국 비영리 단체인 ‘기만에 저항하는 납세자 교육펀드’(TAFEF)가 그를 ‘올해의 공익 제보자’로 선정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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