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2월 중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5일(한국시각 16일) 화상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쪽이 대만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미-중 관계 악화 속에 처음 열리는 두 정상의 회담이어서 관심이 쏠리지만, 미 정부는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2일 통화하고 미-중 정상회담 준비에 관해 논의했다. 두 장관은 최근 미-중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대만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부딪쳤다.
왕 부장은 블링컨 장관에게 대만에 대한 중국의 확고한 입장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 통화 직후 자료를 내어 왕 부장이 블링컨 장관에게 “대만 독립은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가장 큰 위협”이라며 “미국이 진정으로 대만해협의 평화를 원한다면 어떠한 대만 독립 행위에 대해서도 명확하고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행동으로 옮기며,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미 국무부는 이보다 하루 뒤인 13일 보도자료를 내어 두 장관의 통화 사실을 소개하면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강조했다.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은 대만 해협의 평화·안정에 대한 미국의 오랜 관심을 강조했고, 대만에 대한 중국의 지속적인 군사·외교·경제적 압력에 관해 우려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대만 문제를 평화적이면서도 대만 국민의 희망과 최선의 이익에 맞는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한 의미있는 대화에 관여할 것을 촉구했다.
두 장관 통화에 대한 양쪽의 발표는 미-중이 대만 문제에서 얼마나 날카롭게 맞서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중국의 대만 공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민간 포럼에서 향후 24개월 안에는 중국의 대만 공격이 벌어지지 않을 걸로 본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대만 문제 외에도 미-중은 홍콩과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의 인권 문제, 첨단기술, 무역, 코로나19 기원 등 전방위적 영역에서 갈등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2월과 9월 두 차례 통화를 한 데 이어 화상으로 처음 얼굴을 맞댄다.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지 주목되지만, 대만 문제에서 보듯 획기적 돌파구가 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은 바이든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은 구체적인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려 애써왔다고 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미-중 화상 정상회담이 15일 저녁 열린다고 발표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의도와 우선순위를 명확히 할 것이고 중국에 관한 우려에 대해 분명하고 솔직하게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고위 관리는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주된 요인은 미-중 경쟁이 충돌로 바뀌지 않도록 가드레일을 설치할 필요성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명확히 확인함으로써,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오해를 예방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미 언론은 두 정상이 회담 뒤 공동성명도 내놓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다만 미-중은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기후변화, 코로나19, 북핵 문제 등을 중국과의 협력 사안으로 꼽고 있다. 지난 10일 미-중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깜짝 공동선언을 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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