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가 절단당한 이라크 쿠르드족 어린이 타만(가운데)과 그의 가족들이 8일째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 발이 묶여 있다. 브루즈기/로이터 연합뉴스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 지대에서 유럽연합(EU)으로 들어가려는 난민들과 이를 막는 폴란드 국경수비대가 16일(현지시각)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폴란드 국경수비대가 이날 국경 검문소가 있는 브루즈기-쿠지니카 지역에서 돌과 물건을 던지는 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는 등 진압에 나섰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폴란드 국방부는 난민들이 막대기를 이용해 국경의 철조망 아래 땅을 파는 모습과 국경수비대에 물건 등을 던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폴란드와 벨라루스가 난민 처리 문제로 한달째 갈등을 빚는 가운데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지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지적했다.
폴란드 국경 인근 벨라루스 지역에는 현재 4천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연합 회원국인 폴란드를 통해 유럽으로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출신자들이다. 국경에서 28일째 머물고 있는 이라크 쿠르드족인 라완드 아크람(23)은 <뉴욕 타임스>에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 (물리적 행동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다. 유럽으로 들어갈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난민의 입국을 막고 벨라루스도 난민들이 다시 자국으로 들어오는 걸 막는 가운데 난민들의 고통은 계속 커지고 있다. 두냐 미야토비치 유럽평의회 인권 담당관은 “발이 묶인 사람들이 너무나 고통받고 있다”며 “상황을 진정시키고 고통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운 날씨 속에 오도 가도 못하는 난민 가운데는 두 다리가 절단당한 쿠르드족 9살 어린이 타만도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타만의 아버지는 “(3명의 자녀와 함께) 8일째 머물고 있는데, 여기는 너무 춥다”며 “우리의 권리를 보호해줄 나라를 찾아 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폴란드와 벨라루스가 이날 충돌에 대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등 난민 사태는 꼬여만 가고 있다.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벨라루스가 사태를 해결하도록 러시아 정부가 나설 것을 요구하는 등 두 나라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한편, 벨라루스 국영통신 <벨타>는 벨라루스 국경수비대가 난민들을 폴란드 국경에서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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