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한-미-일 공동회견 4시간 전…일본, ‘독도’ 이유로 불참 통보

등록 2021-11-18 13:45수정 2021-11-18 14:26

17일 워싱턴서 3국 외교차관협의회
일, 경찰청장 독도 방문 거론하며 “공동회견 불참”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홀로 회견
기시다 내각 출범 뒤 첫 회의서 냉기류
한-일 관계 개선 험로 재확인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왼쪽부터)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17일(현지시각) 워싱턴의 국무부 청사에서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를 하면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최종건 외교부 1차관(왼쪽부터)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17일(현지시각) 워싱턴의 국무부 청사에서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를 하면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김창룡 경찰청장의 16일 독도 방문 여파로 워싱턴에서 예정됐던 한-미-일 3국 외교차관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됐다. 과거사와 영토 문제로 얽힌 한-일 냉기류가 또 한 번 노출되면서 협력을 위한 세 나라의 노력이 빛을 바랬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17일(현지시각) 워싱턴의 미 국무부 청사에서 3자 협회의를 한 뒤 오후 2시 공동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다. 지난 7월 4년 만에 도쿄에서 재개된 3자 협의회 때도 공동 기자회견이 이뤄졌었다. 하지만, 이번엔 돌연 셔먼 부장관의 단독으로 기자회견의 형식이 바뀌었다. 일본이 김 청장의 독도 방문을 문제 삼으며 오전 10시 회의 시작 전 셔먼 부장관을 통해 ‘참석 불가’ 의사를 전해왔기 때문이다. 모리 차관 쪽은 ‘독도 방문 건 때문에 일 정부 분위기가 안 좋아 워싱턴행도 무산될 뻔 했는데 상부를 설득해서 왔다’는 일본 내 속 사정도 미국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3국 협의회와 한-일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최 차관은 회의를 끝낸 뒤 주미 한국 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된 이유와 관련해 “일본 쪽이 우리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거론하며 한-미-일 공동 기자회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3자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개최국 미국이 단독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일 차관회의 결과를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 회의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일본 주장은 일본 언론인들이 독도 관련 질문을 하면 정부 입장을 매우 강하게 얘기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우리도 ‘독도는 명백한 우리 영토’라고 반론해야 하지 않겠냐”며 “그러면 공동 기자회견이 독도 문제로 완전히 뒤덮일 것이라는 게 미국 쪽의 우려였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한-미-일 외교차관 회의 뒤 홀로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한동안 그랬듯이 일본과 한국 사이에 계속 해결돼야 할 일부 양자 간 이견이 있었다”며 “이 이견 중 하나가 오늘 회견 형식의 변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공동 기자회견 무산이 이날 3자 회의와는 무관하다며 3국이 이날 매우 건설적인 회의를 했다고 강조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17일(현지시각) 한-미-일 3국 외교차관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애초 3국 차관 공동 기자회견이 예정됐으나, 일본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문제 삼으며 공동 기자회견 불참을 통보해 셔먼 부장관의 단독 회견으로 바뀌었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17일(현지시각) 한-미-일 3국 외교차관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애초 3국 차관 공동 기자회견이 예정됐으나, 일본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문제 삼으며 공동 기자회견 불참을 통보해 셔먼 부장관의 단독 회견으로 바뀌었다. 워싱턴/공동취재단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된 직접적 이유는 김 청장의 독도 방문이지만, 그동안 주요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이견을 쌓아온 양국 간 상호 불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열린 한-일 외교차관 회담에서도 모리 차관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고, 최 차관은 경찰이 주둔하는 독도에 경찰 총수가 점검 가는 것은 당연한 일로, 일본의 항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최 차관은 한-일 갈등 현안인 일본의 수출 규제 조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최 차관은 또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부의 소통 노력을 설명했다. 일본은 또한 한국전쟁 종전선언은 시기 상조라는 입장을 지난달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회동 때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최근 보도한 바 있다.

정부는 과거사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하는 ‘투트랙’ 원칙 아래 한-일 관계 개선을 모색해왔다. 미 정부 또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으로 한-미-일 3국 협력을 강력하게 추동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이 출범한 뒤 첫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에서 냉랭한 한-일 관계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향후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의 유기적 협력의 험로가 재확인된 것이다.

최 차관은 기자들에게 “한-일 현안은 한번에 풀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 양 외교 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미-일 협의와 관련해서도 “앞으로 가능한 자주, 정기적으로 만나 3국의 기능적 협력을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화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