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시민들이 세계식량계획(WFP)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가 여성의 드라마 출연을 금지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21일(현지시각) <비비시>(BBC) 등 보도를 보면, 아프간 도덕 경찰은 이날 텔레비전 방송과 관련해 아프간의 미덕을 증진하고 악행을 방지하기 위한 8개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텔레비전 드라마에 여성 배우가 출연할 수 없고, 남성도 가슴부터 무릎까지 노출을 금지했다. 또 여성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방영할 수 없고, 종교를 모욕하거나 아프간인에게 모욕적이라고 볼 수 있는 코미디나 예능 프로그램도 금지된다. 또 여성 기자나 진행자도 머리를 가리는 ‘히잡’을 쓰도록 의무화 했다.
탈레반 당국은 이번 지침이 도덕이나 율법, 아프간 가치에 맞지 않는 방송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방송국들에 지침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아프간 방송사들은 그동안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를 많이 방영해 왔는데, 이번 조처로 방송사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비비시>가 전했다.
아프간 도덕경찰은 탈레반이 집권했던 1996~2001년 존재했으며, 아프간인들의 인권을 유린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여성은 남성과 동반하지 않은 채 외부 출입을 할 수 없었고, 학교 교육도 금지됐다.
탈레반은 지난 8월 집권 이후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소녀들은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아직 탈레반 과도 정부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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