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지난 10일(현지시각)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미-우크라이나 전략대화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에 관한 정보를 유럽 동맹들과 최근 공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얘기다.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결심할 경우 예상되는 러시아 군대의 우크라이나 진격 계획에 관한 정보를 지난주 일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전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1일(현지시각)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푸틴 대통령이 군대가 국경에 다시 집결하는 내년 초 침공을 저울질할 수 있다는 평가도 공유했다.
미국이 공유한 정보는, 러시아가 약 10만명으로 이뤄진 10개의 전술대대가 러시아 국경의 크림반도와 벨라루스를 통해서 우크라이나로 진격하는 시나리오다. 이들 부대는 거친 지형과 혹한 조건에서의 작전을 위해 배치됐으며, 광대한 영토를 장악하고 작전이 장기화할 경우에도 대비돼 있다. 두 명의 소식통은 전술 부대의 절반은 이미 배치돼 있으며 침공시 항공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러시아는 전술대대가 길을 튼 뒤 뒷단계에서 영토를 확보할 수 있도록 수만명의 예비군을 소집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만 러시아는 예비군 소집령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또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허위정보가 급증했으며 러시아가 우크라니아 내부 불안정을 퍼뜨리기 위해 요원들을 모집했다는 정보 또한 유럽 국가들과 공유했다.
<블룸버그>는 다만 미국 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확실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나는 러시아의 의도에 대해 말할 수 없다. 그게 뭔지 모른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군대를 집결시키면서 침공에 대한 전세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일부로 여기는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병합했다. 이후에도 분쟁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14만명이 숨졌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을 만나 우크라니아 영공과 해안 방어를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또한 비슷한 시기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를 방문해 유럽 국가들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 우크라이나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 11일, 미국이 유럽연합(EU) 쪽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같은 미국과 유럽 동맹들의 움직임에 러시아는 “인위적으로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1일 국영 텔레비전에 “우리더러 우리 영토에서 특이한 군사 활동을 한다고 비난하는 이들은 바다 건너편에서 무장 군대를 보내오는 그들 자신이다. 즉 미국이다. 매우 논리적이지 못하며 예의 바르지 못하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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