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월마트 매장 약국에 있는 약 병. AFP 연합뉴스
미국의 심각한 사회 문제인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의 지역사회 내 범람에 월마트 등 대형 약국 체인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 연방지법 댄 A. 폴스터 판사는 23일(현지시각) 이 주 안에 있는 레이크 카운티와 트럼불 카운티에 오피오이드가 흘러 넘치게 하는 데 시브이에스(CVS), 월그린, 월마트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들 약국 체인들이 수십년 동안 오피오이드가 대량으로 암시장으로 흘러가는 것을 멈추기는커녕 조장했다는 두 카운티 쪽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카운티는 “수십년간 이들 약국은 오히려 점포를 늘리고 지역사회를 오피오이드로 넘쳐나가 했으며 이 약이 불법 2차 시장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을 촉진했다”고 주장했다.
두 카운티는 이들 약국 체인이 오피오이드 위기를 초래함으로써 지역사회에 공해(공공방해)를 일으켰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액이 각각 11억~13억달러(1조3000~1조4000억원)라고 추산했다. 법원은 내년 봄 정확한 금액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2006~2012년 사이, 인구 20만명이 안 되는 트럼불 카운티에는 오피오이드가 8000만알 넘게 들어갔고, 인구 약 23만명인 레이크 카운티에는 6000만알 이상이 배송됐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주민 1명씩으로 단순 환산하면 한달에 3~6알 씩이다.
미국 전역에서 오피오이드 관련 소송은 각 주와 카운티 등에서 수천건이 제기돼 진행되고 있다. 이날 판결은 약국 체인을 상대로 소송 중인 다른 카운티들에게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다만 주별로 법이 달라서 판결은 다를 수도 있다.
약국 체인들은 “오피오이드는 약사가 아니라 제약사가 만든 것이고, 처방 또한 약사가 아니라 의사가 한 것”이라고 이번 판결에 반발하면서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주로 암환자 치료나 수술후 통증 완화 등에 쓰였던 오피오이드는 2000년대 이후 미국에서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며 과용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추산으로 1999년부터 2019년까지 약 50만명이 의사 처방 또는 불법 경로를 통한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으로 숨졌다. 그만큼 관련 법적 분쟁이 많다. 지난 7월에는 제약업체 존슨앤존슨과 의약품 유통업체 매케슨 등 4개사를 상대로 뉴욕주 등이 제기한 소송에서 업체들이 260억달러(30조9000억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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