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바베이도스 브릿지타운에서 시민들이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행진하고 있다. 브릿지타운/AFP 연합뉴스
카리브해 국가 바베이도스가 독립기념일인 30일(현지시각) 입헌군주국에서 공화국으로 전환한다. 그동안 상징적인 의미의 국가원수를 맡았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물러나고, 대통령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1625년 영국과 접촉한지 396년 만에 완전한 독립이다.
29일 저녁 8시 공화국 전환을 축하하는 행사가 시작되고, 자정이 지나면 샌드라 메이슨(72) 총독이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고 현지 언론과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이 자리엔 찰스 영국 왕세자도 참석했다.
바베이도스는 지난해 9월 영국 연방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달에는 법조인 출신으로 2018년부터 총독을 맡아온 메이슨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등 공화국 전환 절차를 밟아 왔다. 메이슨은 국가원수를 맡고, 국가 운영 등 실질적 권한은 미아 모틀리 총리가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틀리 총리는 지난달 20일 의회 합동 행사에서 “바베이도스가 식민 지배자 영국과 연결돼 있던 탯줄을 끊고 새로운 길에 들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인구 28만명의 섬나라 바베이도스는 1625년 존 크롬웰 등 영국인들이 서쪽 해안에 상륙하면서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1800년대까지 흑인 노예들이 바베이도스로 대거 건너와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고, 현재 인구의 90%가량도 아프리카계다.
1966년 11월30일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으나 영연방 국가로 남아 영국 여왕을 군주로 삼았다. 오랜 식민생활로 인해 차를 마시는 문화 등 영국의 흔적이 많이 남아 ‘리틀 잉글랜드’로 불리기도 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바베이도스 군주에서 물러나면서 그가 군주를 맡은 국가는 16개국에서 15개국으로 줄게 됐다.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자메이카, 바하마 등이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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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왼쪽) 영국여왕과 샌드라 메이슨 초대 바베이도스 대통령. 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