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비극이 부른 비극…성폭행 체험 쓴 미 작가, ‘범인 오인’ 증언 사과

등록 2021-12-01 11:34수정 2021-12-01 14:08

작가 시볼드 대학때 성폭행 피해…당시 40대 흑인 범인몰려16년형
출소 뒤 무죄 선고…시볼드 “모르고 했던 역할에 나도 고통받을 것”

미국의 유명 작가가 자신의 성폭력 상처를 그린 체험기의 ‘범인’이 뒤늦게 무죄로 밝혀지자 사과 성명을 냈다.

작가 앨리스 시볼드(58·사진 오른쪽)는 30일 지난 1981년에 당한 자신의 성폭력 상처를 토대로 한 저서 <럭키>에 등장하는 성폭행범이 지난주 뉴욕주 대법원의 재심 결과 무죄로 밝혀지자 그에게 공개 사과했다. 그는 “무고한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 체계” 안에서 자신이 했던 역할을 놓고 고통받고 있다고도 토로했다. 이어 무죄 평결이 난지 8일 뒤에 사과성명을 낸 것에 대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이해하는데 8일이 걸렸다”며 “무고한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 체계 안에서 내가 자신도 모르게 한 역할을 놓고 나는 계속 고통받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시볼드는 또 “그 성폭행범이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다른 여성을 성폭행할 수도 있고, 브로드워터가 겪었던 감옥 생활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사실을 놓고도 계속 고심할 것이다”고 말했다.

시볼드는 1999년에 이 사건과 관련해 <럭키>라는 체험기를 출간했다. 책을 출간한 ‘사이먼&슈스터’는 이날 <럭키>의 배포를 전면적으로 중단하는 한편 수정이 가능한지 작가와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1981년 당시 18살로 시라큐스대의 학생이던 시볼드는 학교 근처에서 성폭행 당했다. 범인으로는 흑인 앤소니 브로드워터(61·사진 왼쪽)가 체포돼, 1982년에 16년 형을 선고받았다. 브로드워터는 1998년에 석방됐다가, 지난 22일 검찰의 재조사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그의 체포와 재판 과정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시볼드는 <에이피>(AP) 통신 등 언론에 보낸 사과 성명에서 브로드워터에게 “당신이 영위할 수 있었던 삶이 부당하게 박탈됐다는 사실에 나는 정말로 미안하다”며 “어떤 사과도 당신에게 일어난 것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시볼드는 “상처받은 18살의 성폭력 피해자로서 나는 미국의 사법체계에 신뢰를 보내는 선택을 했다”며 “1982년에 나의 목적은 정의였고, 불의를 영속시키는 것이 아니어서, 나의 인생을 바꾼 그 범죄로 한 젊은 남성의 인생을 영원히 회복할 수 없게 바꾸는 것은 결단코 아니었다”고 전했다. 브로드워터도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시볼드가 사과한 것에 안도한다”며 “그가 사과를 하는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 분명하다”고 인정했다.

40년 전 사건 직후 시볼드는 자신의 성폭력 사실을 신고했고, 경찰은 사건 현장에 브로드워터가 있었다며 그를 체포했다. 시볼드는 용의자 식별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했으나, 검찰은 브로드워터가 범인이 틀림없다며 그를 기소했다. 시볼드는 이후 재판 과정에서 그를 성폭행범이라고 증언해, ‘유죄 판결’이 나오는데 결정적 영향을 줬다. 그밖에 현미경을 통한 브로드워터의 모발 분석 결과가 유죄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이런 모발분석은 법무부에 의해 비과학적으로 평가되어 왔다.

시볼드는 이후 2002년 <러블리 본즈>(The Lovely Bones)라는 또다른 소설로 문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 역시 성폭행으로 숨진 소녀가 천국에서 친지들의 고통스런 삶을 지켜보는 내용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