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가 앞으로 중국과 홍콩에서 대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중국 여자 테니스 선수 펑솨이(36)의 성폭행 폭로와 관련한 의혹이 깔끔하게 해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사이먼 세계여자테니스협회 의장은 1일 협회 누리집에 올린 성명을 통해 “중국 당국은 펑솨이에 대한 검열을 중단하고, 펑솨이가 간섭이나 위협 없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며 “불행히도 중국 지도부는 이 문제를 신뢰할 만한 방식으로 다루지 않았다. 우리는 펑솨이의 성폭행 주장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펑솨이가 자유롭게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자신의 성폭력 주장을 부정하도록 압박을 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양심상 우리 선수들이 그곳에서 시합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펑솨이는 지난달 2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장가오리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집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며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일 수도, 불에 뛰어들어 스스로 죽는 나방이 되더라도” 진실을 알리겠다고 호소했다. 장가오리는 2012~2017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냈으며, 당시 중국 내 정치 서열 7위 안에 들었던 최고위급 정치인이다.
펑솨이의 폭로 글은 수십분 만에 삭제됐고, 그는 2주 가까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운동선수들과 인권단체 등이 안전을 걱정하는 메시지를 낸 뒤에야 펑솨이는 이메일과 화상 통화 등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후 성폭행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고 뒤늦게 부인해, 중국 당국의 강요로 인해 기존 주장을 번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펑솨이의 폭로는 평소 중국이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홍콩 등에서 보여온 인권침해 논란과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베이징겨울올림픽 보이콧 검토 움직임으로 확산된 상태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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