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가 올해 만으로 13살 이하 인구(2008년 이후 출생자)는 평생 담배를 합법적으로 구매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것을 포함한 과감한 금연대책을 내놨다.
뉴질랜드 보건차관은 9일 보도자료를 내어 “뉴질랜드를 담배 없는(smokefree) 나라로 만들기 위한 정부 계획의 일환으로 다음 세대에게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것을 포함한 대담한 새로운 대책이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샤 베럴 보건차관은 “오늘은 뉴질랜드 국민들의 건강에 있어 역사적인 날”이라며 “흡연은 여전히 뉴질랜드에서 막을 수 있는 죽음의 가장 큰 원인이고, 네가지 암의 가장 큰 발병 원인이다. 흡연과 관련된 해악은 특히 마오리족과 태평양 도서 주민 등 저소득 집단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흡연율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떨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 목표에 더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라며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는다면 수십년이 지나야 마오리족의 흡연율이 5%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정부가 이날 내놓은 조처는 “다음 세대가 절대 흡연을 시작하지 못하도록 젊은이들에게 담배 제품을 팔거나 공급하는 것을 불법화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이 법이 효력을 얻는 시점에 만 14살 이하 인구는 평생 합법적으로 담배를 살 수 없게 된다. 법은 2022년 발효될 예정이어서 현재 만 13살 즉 2008년 이후 출생자부터 대상이 된다.
뉴질랜드 정부는 흡연 가능 연령을 올리는 한편, 흡연을 어렵게 만드는 다른 조처들도 병행 실시해 향후 4년 안에 뉴질랜드 전역을 사실상 금연지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조처들에는 △담배의 니코틴 함유량 저하 △담배가게 감축 △흡연중독 치료 예산 증액 등이 포함된다. 관련법은 내년에 발효돼 2023년부터 시행된다. 재닛 훅 뉴질랜드 오타고대 교수는 <비비시>(BBC) 방송에서 “이 조처는 젊은 세대가 니코틴에 덜 중독되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질랜드의 흡연율은 2008년 18%였지만 10년 뒤인 2018년에 11.6%로 떨어지는 등 해마다 낮아져왔다. 하지만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및 폴리네시아계 주민은 각각 29%, 18%로 상대적으로 높은 흡연율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금연 조처에서 전자파이프담배는 제외된다. 뉴질랜드 10대들 사이에서는 전자담배가 기존 담배를 대체하고 있다. 올해, 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만9천명 중 20%가 전자담배를 매일 피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조처가 흡연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담배의 니코틴 함량이 낮아져 흡연자들은 더 많은 담배를 소비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담배 암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난 4월에 발의된 이 입법안은 의회 안팎에서 반대가 없어서 대중 공청회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저신다 아던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지난 총선에서 ‘스모크프리(금연) 2025’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