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폭스뉴스>의 앵커 크리스 월러스가 지난해 9월29일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보수 방송 <폭스뉴스>의 유명 앵커인 크리스 월러스(74)가 진보 매체인 <시엔엔>(CNN) 방송으로 자리를 옮긴다.
월러스는 12일(현지시각), 2003년부터 진행해온 자신의 프로그램 ‘폭스뉴스 선데이’를 끝마치지면서 “18년 만에 이게 나의 마지막 ‘폭스뉴스 선데이’”라고 알렸다. 그는 “18년 전 폭스의 상사들은 내가 초대하는 게스트나 질문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나는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보도를 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취재하고, 국가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며 “멋진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 분야를 넘어 내가 관심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 새로운 모험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월러스의 발표 직후 <시엔엔>은 그가 내년 초 출범하는 새 스트리밍 서비스인 <시엔엔 플러스>(CNN+)에서 주중 프로그램을 맡아 정치·경제·스포츠·문화 분야 인물을 인터뷰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에서 일하지만 민주당 등록 유권자인 월러스는 상대를 가리지 않는 ‘송곳 질문’과 균형잡힌 인터뷰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7월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미국은 코로나19 치명률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라고 주장하자 곧바로 미국 치명률이 전세계 7위라고 반박하는 등 설전을 벌였다. 그 이튿날에는 방송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도 비슷한 인터뷰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2019년 탄핵 관련 보도에 불만을 터뜨리며 “역겹고 아주 불쾌한 월러스”라고 비난했다. 월러스는 지난해 코로나19와 관련해 터커 칼슨 등 이 회사의 다른 앵커들과 달리 “제발 마스크를 쓰고 과학을 따르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2016년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지난해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선 후보 토론을 진행했다.
월러스는 하버드대 졸업 뒤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 기자로 시작해 <엔비시>(NBC), <에이비시>(ABC)를 거쳐 <폭스뉴스>에서 일해왔다. <시비에스>(C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60분’의 기자인 고 마이크 월러스의 아들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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