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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국 휩쓴 토네이도…생존자 “내 인생에서 가장 무서웠던 순간”

등록 2021-12-13 12:27수정 2021-12-13 14:06

켄터키 등 8개주 강타…사망자 최소 94명
생존자, 잔해 속 페북라이브로 “도와달라”
“양초공장 철야 가동해 피해 키워” 지적도
주민 “전쟁터나 영화 속 장면 같아”
지난 10~11일 미국 중서부와 남부를 덮친 토네이도로 완전히 붕괴된 켄터키주 메이필드시의 한 양초 공장에서 12일(현지시각) 구조대원들이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공장에서 최소 70명이 숨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0~11일 미국 중서부와 남부를 덮친 토네이도로 완전히 붕괴된 켄터키주 메이필드시의 한 양초 공장에서 12일(현지시각) 구조대원들이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공장에서 최소 70명이 숨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0~11일(현지시각) 미국 중서부와 남부를 강타한 토네이도로 인한 사망자 수가 최소 94명으로 늘었다. 피해가 집중된 켄터키주에 주방위군 300여명과 탐지견이 배치되는 등 당국은 수색·구조에 총력을 쏟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은 토네이도가 아칸소, 일리노이, 켄터키, 미시시피, 미주리, 테네시 등 6개주를 할퀴었다고 밝혔다. <시엔엔>(CNN)은 여기에 인디애나, 오하이오까지 더해 모두 8개 주가 토네이도 영향권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피해 지역의 언론 매체나 소셜미디어에는 폭격을 당한 것처럼 폐허가 된 마을 모습을 전하고 있다.

앤디 베시어 켄터키 주지사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토네이도가 220마일(약 352㎞)에 걸쳐 피해를 입혔으며, 그 중 대부분인 200마일(320㎞)이 켄터키라고 말했다. 켄터키에서만 사망자가 최소 80명이다. 베시어 주지사는 파괴된 지역이 넓다면서 “상당히 많은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켄터키에서도 인구 1만명인 메이필드시는 토네이도의 가장 큰 피해지역이 됐다. 이곳에 있는 한 양초 공장(‘메이필드 컨슈머 프라덕츠’)이 무너져 70여명이 숨졌다. <뉴욕 타임스>는 교회들이 돌더미가 됐고 법원이 완전 파괴됐고 트럭이 주차하던 건물은 차량들과 함께 증발한 것처럼 보인다고 현장을 묘사했다. 양초 공장 자리는 바닐라·라벤더 등 향료 냄새만이 양초 공장이었다는 것을 알려줬다고 전했다. 이 지역 주민 스티븐 엘더는 <시엔엔>에 “수백년 된 교회 등 우리가 가진 모든 역사적 건물들이 땅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전쟁터나 영화 속 장면 같다”고 말했다. 캐시 스튜어트 오난 메이필드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유리창이 안 깨진 차량이 없다”며 “메이필드시가 성냥개비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토네이도의 기습에서 다행히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의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양초 공장 직원인 이사야 홀트(32)는 10일 밤 토네이도 경보가 울린 뒤 동료들과 화학약품용 양동이를 들고 높은 선반 아래로 대피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역시 이 공장 직원인 키아나 파슨스-파레즈는 불빛이 깜빡거리고 펑 소리가 난 뒤 건물이 종이 카드로 만든 집처럼 무너졌다고 전했다. 그는 1.5미터 높이의 잔해 속에 갇힌 채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누가 보는지 모르겠지만 제발 도움을 보내달라. 우리는 갇혀있다. 벽이 나를 덮쳤다”고 구조를 요청했다. 그의 동료들이 돌더미를 뚫어서 공기 통로를 만들었고, 이어 구조대가 왔다.

지난 10~11일(현지시각) 발생한 초강력 토네이도로 폐허가 된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의 한 양초 공장의 모습. 이 공장에 있던 110명 가운데 약 70명이 숨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0~11일(현지시각) 발생한 초강력 토네이도로 폐허가 된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의 한 양초 공장의 모습. 이 공장에 있던 110명 가운데 약 70명이 숨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 지역 매체인 <렉싱턴 헤럴드-리더>는 이 양초 공장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철야 가동을 하는 바람에 피해가 집중됐다면서, 현장에서 안전수칙이 지켜졌는지 규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켄터키에서는 메이필드시 외에도 보울링그린시에서 어린이들을 포함해 10여명이 숨졌다. 보울링그린에서 80㎞ 떨어진 한 주택에서는 생후 4개월 된 유아도 목숨을 잃었다.

일리노이의 아마존 창고에서는 12m 높이의 콘크리트 벽이 무너지는 등 건물 붕괴로 26살부터 62살에 걸쳐 직원 6명이 숨졌다. 희생자 가운데 한 명인 클레이튼 코프(29)는 아버지와 한 직장에 다니면서 야간근무를 나눠서 해왔다. 차를 몰고 달려와 현장에서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은 어머니 칼라 코프는 “내 아들이 아니었다면 내 남편이 죽었을 것”이라며 울부짖었다.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서는 애도 성명을 내어 “팀원들을 잃은 것에 가슴 아프다. 그들의 가족,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아칸소에서는 최소 2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 중에는 모네트시의 한 요양원에 머물던 94살 남성이 포함됐다. 또한 테네시에서 4명, 미주리에서 2명이 사망자로 집계됐다. 켄터키에서는 지난 11일 밤 7만7000 가구가, 테네시에서는 5만3000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피해가 집중된 켄터키주에는 최소 300면의 주방위군이 배치돼 탐지견을 동원해 생존자와 희생자 수색·구조를 벌이고 있다. 12일 밤 현재 켄터키에서 수십명이 행방불명 상태다. <뉴욕 타임스>는 구조 노력 속에도 생존자를 찾을 희망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캐시 스튜어트 오난 메이필드 시장은 추운 날씨와 급수 부족이 당장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시엔엔> 인터뷰에서 “지금 화씨 30도(섭씨 영하 1도)로 매우 춥다”며 “수탑을 잃어서 물 공급이 안 되고 있다는 점과 시민들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게 당장의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켄터키에는 12일 낮까지 약 200만달러(23억5700만원)의 성금이 들어왔다. 베시어 주지사는 이 돈으로 우선 피해자들 장례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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