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동남아 방문 나선 미 국무 ‘중국 견제’ 집중 포화

인니 대통령 만나고 인도·태평양 정책 연설
“남중국해 항해 자유, 대만해협 평화·안정” 촉구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인도네시아대학에서 미 정부의 인도·태평양 정책을 설명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격적 행동”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 맞서 이 지역 동맹들과 군사·경제 분야에서 관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인도네시아대학에서 미 정부의 인도·태평양 정책을 설명하는 연설을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블링컨 장관이 동남아시아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설의 초점은 예상대로 ‘중국 견제’였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동맹들과 협력할 것이라면서 각국은 “각자의 길”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간 전략 경쟁에 대해 “미국 중심의 지역(인도·태평양)이냐, 중국 중심의 지역이냐 사이에서의 경쟁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 지역과 세계에서 가장 평화롭고 번창하는 시기를 가져다 준 권리와 합의를 지키는 것에 관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북아부터 동남아까지, 메콩강부터 태평양 섬들에 이르기까지 베이징(중국)의 공격적 행동에 관해 크게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중국이 “개방된 바다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고, 국영 기업들에 보조금 지급으로 개방 시장을 왜곡한다”면서 “이 지역의 국가들은 이런 행동이 바뀌길 원하며, 미국 또한 원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이 남중국해에 ‘구단선’을 그어 바다의 대부분을 영해라 주장한는 문제와 관련해 “이런 행동은 남중국해에서 연간 3조달러에 이르는 무역의 이동을 위협한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항해의 자유를 단호하게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중 군사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고 했다.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이 주요 동맹국들을 언급하며 “일본,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필리핀, 타이 등과의 조약 동맹을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기후변화 △코로나19 백신 △인프라 건설 등에 관한 협력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전 방문지인 유럽에선 주요 7개국(G7)과 공동성명을 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공격을 가할 경우 엄청난 결과와 심각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러시아를 견제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러시아 역시 존재감을 드러내며 미국과 신경전을 벌였다. 블링컨 장관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연방안보회의 서기도 위도도 대통령을 만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런 사실을 인지한 채 연설에 나섰지만, 러시아에 대한 언급 없이 인도·태평양과 중국에만 집중했다. 블링컨 장관의 다음 행선지는 말레이시아와 타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