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예루살렘/AF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진국들의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추가접종)이 ‘백신 불평등’을 심화해 결국 저소득 국가에서 변이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각국이 자국의 안전을 우선시 하면 할 수록, 전체에겐 해가 된다는 코로나19 방역의 지독한 역설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22일(현지시각)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전면적인 부스터삿 프로그램은 이미 높은 접종률을 보이는 국가들로 백신이 공급되게 해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하기보다 길어지게 할 수 있다”며 이런 불평등으로 인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입원 환자와 사망자의 대부분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이지 부스터샷을 맞지 않은 사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인류 앞의 “우선 과제는 모든 국가에서 가능한 한 빨리 인구의 40%를 접종한다는 목표를 달성한 뒤, 내년 중반까지 70%에 도달하는 것”이라며 백신의 공평한 공급 없이는 “어떤 나라도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 면역 자문단인 전문가전략자문그룹(SAGE)도 성명을 내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자문그룹은 “저소득 국가 중 어떤 나라도 아직 부스터샷을 시행하고 있지 않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 노력의 초점은 (우선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에게 접종을 늘려) 사망자와 중증 환자를 줄이고 의료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문그룹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소 126개국이 부스터샷 시행을 권고했고, 120개국이 시행하고 있다. 심지어 이스라엘은 부스터샷에 이어 2차 부스터샷, 즉 4차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최종 승인이 나진 않았지만, 3차 접종을 마친지 4개월이 지난 이들을 대상으로 4차 접종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로 인해 현재 전 세계에서 접종되는 백신의 약 20%가 부스터샷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에 견줘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를 보면, 연 소득 1천 달러 이하의 저소득국가 국민 가운데 한 차례라도 백신을 맞은 이들의 비율은 8.1%에 그친다. 그 때문에 주로 이 지역에서 감염 확산으로 인해 베타(남아프리카공화국)·델타(인도)·오미크론(보츠와나) 등 다양한 변이가 발생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백신 기부가 이뤄지고 있지만 갑작스레 계획이 바뀌거나 유통기한 만료를 앞둔 백신이 많아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당국은 22일 “우리는 유통기한이 지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06만 회분을 성공적으로 폐기했다”며 “부유한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사재기했다가 유통기한이 다다르면 가난한 나라에 기부한다”고 꼬집었다. 나이지리아는 기부국이 어딘지는 밝히지 않았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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