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주유소에 일반 휘발유 갤런당 5.86달러 등 높은 기름값을 안내하는 전광판이 서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의 반독점 기구에 의존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공정 경쟁을 강조하면서 반독점 조처를 취해왔는데, 최근에는 이를 물가 상승을 잡는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름값이 치솟던 지난달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석유업체들이 유가 부담을 소비자에 떠넘기고 폭리를 취한 것인지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연방거래위원회는 최근 국제유가가 내린 뒤에도 인위적으로 기름값을 올렸는지 살피고 있다.
농무부는 정육업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 집계로 11월 육류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16% 올랐는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는 이달 보고서에서 “지배적 육류 가공업체들이 시장지배력을 활용해 갈수록 더 큰 이익을 뽑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농무부는 동시에, 소수의 지배적 육류 가공업체들에 맞서 경쟁할 수 있도록 신규 진입 업체 지원에 5억달러를 배분했다.
연방해사위원회(FMC)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운임을 최대 9배까지 올린 소수의 해운 업체들을 조사했다. 위원회는 일단 운임 상승의 주요인은 가구 등에 대한 수요 급증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대니 머페이 위원회 의장은 해운 업체들이 향후 수요 감소 뒤에도 운임을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할 경우 이를 조사할 수단과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뒤 ‘아마존 저격수’로 불리는 리나 칸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페이스북·구글의 적으로 꼽히는 조너선 캔터를 법무부 반독점 국장에, 페이스북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분할을 주장해온 팀 우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대통령 특별고문으로 기용하며 강력한 반독점 의지를 드러냈다.
이같은 조처들이 애초부터 ‘인플레이션 억제’를 노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물가 인상에 대처할 강력한 수단을 제공했다고 백악관 관리들은 말했다. 관리들은 이런 조처가 물가를 당장 낮추지는 못해도 장래에 더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기업들은 인플레이션의 한 원인을 반독점에서 찾는 바이든 정부에 반발하고 있다. 미상공회의소의 닐 브래들리 부회장은 기업들이 합쳐지던 지난 10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았다면서 “갑자기 기업 집중이 이뤄져서 9개월 만에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북미육류연구소는 백악관이 기록적인 육류 수요를 간과하고 있다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가 농업 경제와 수요·공급의 기초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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