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인도네시아 아체주 비레우엔의 해안에 로힝야족 난민이 탄 보트가 머물고 있다. 아체/AFP 연합뉴스
인도네시아가 미얀마 소수민족인 로힝야 난민 120여명을 태우고 표류 중인 선박의 입항을 결국 허용했다. 이들이 인도네시아 앞바다에 표류하는 사실이 알려진 지 사흘 만이다.
30일 현지 매체 <안타라> 통신 등 보도를 보면, 인도네시아 정치법률안보조정부의 난민 책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인류애적 차원에서, 아체주 앞바다에 표류하는 배에 탄 로힝야족 난민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전날 저녁 발표했다.
로힝야족 난민 120여명을 태운 선박은 지난 26일 수마트라섬 최북단 아체주 앞바다에서 포착됐다. 선박은 곳곳에 균열이 생겨 물이 새고 있었고, 물과 음식이 부족해 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애초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28일 난민들이 탄 목선이 수리를 위해 항구에 정박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탑승자들의 망명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목조 배의 곳곳에 균열이 생기는 등 상황이 심각해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들이 이들에 대한 구조를 요구한 것도 한몫했다. 앞서 국제앰네스티는 성명을 내어 “인도네시아가 만약 이들을 구조하지 않고 공해로 밀어낸다면 국제사회에서 인도네시아 평판은 나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는 내년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행사의 의장국을 맡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미얀마 등에서 제3국으로 망명하려는 이들이 임시로 환승하는 국가 역할을 해왔다. 이곳을 거쳐 경제 사정이 훨씬 낫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말레이시아나 유럽 등으로 망명을 가는 것이다.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수십만명은 2017년 8월 발생한 미얀마군의 대량 학살을 피해 이웃 방글라데시로 건너가 이곳에 만들어진 난민촌에 모여 살고 있다. 더 나은 거주지를 찾기 위해 배를 빌려 항해에 나선 로힝야 난민들이 선박에 문제가 생겨 표류하는 사례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6월 99명, 9월 297명이 탄 배가 인도네시아에 상륙했고, 올해 6월에도 로힝야족 81명이 탄 배가 상륙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유엔난민기구와 함께 아체주에 난민캠프를 만들었지만 난민 70% 이상이 말레이시아 밀입국 시도 등을 위해 이곳을 떠났다. 인도네시아는 인력이 풍부해 난민들의 자국 내 경제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20만명 이상의 로힝야족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며 더는 난민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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