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로이터 연합뉴스
“새로운 제재는 관계의 완전한 파국을 이끌 수 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미국과 동맹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침공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 50분간의 통화를 해, 우크라이나 위기 문제를 논의했다. 양국은 두 정상이 전화 통화에서 단호한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두 정상이 실질적인 대화를 나눴고 만족했다고 전해, 막후에서 외교적 타협을 모색 중임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이 제안한 이날 통화는 12월 들어서 우크라이나 위기 관련해 두 정상이 한 두번째 화상 회담이다. 두 정상은 지난 7일에도 화상회담을 해, 러시아의 안보 우려와 관련해 러시아-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담을 하기 합의한 바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새해 1월10일 러시아-나토 회담의 일환으로 먼저 양국 고위 실무자 회담을 한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로 서방이 자국에 제재를 부과한다면 관계의 파국이 올 수 있다며 그런 제재는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 동반자들은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더 침공한다면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확실히 했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경고를 교환했지만, 향후 협상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외교보좌관은 정상 통화 직후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이 대화에 “만족했다”며 이날 대화가 향후 미래 대화를 위한 “좋은 배경”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한 고위 관리도 <아에프페>(AFP) 통신에 대화 기조는 “진지하고 실질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대화에서 실질적인 진전은 긴장완화의 환경에서만 일어날 수 있음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이날 통화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 새해 축전에서 두 정상이 “상호 존경과 각자의 국익에 대한 고려”를 바탕으로 함께 협력할 수 있음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모스크바는 “대화 분위기에 있다”며 “우리는 대화를 통해서만 우리 사이에 있는 많은 모든 현안을 풀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서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군사력을 구축해 10만 이상의 병력을 집결시켜놓았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의 군사력 구축이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롭고 추가적인 제재를 러시아에 가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나토 확장 금지 및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허에 대한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은 나토 확장 문제는 나토와 해당국이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나, 러시아가 요구하는 안보 우려 사안을 다루는 회담을 합의해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