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미국 텍사스 휴스턴의 도요타 자동차 판매점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휴스턴/AFP 연합뉴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사상 최초로 일본 도요타가 미국 회사를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4일 <로이터> 통신 등 보도를 보면 제너럴모터스(GM·지엠)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총 221만8천대를 판매했고, 도요타는 233만2천대를 팔았다.
지엠은 1931년 경쟁사 포드를 꺾고 미국 시장 판매량 1위에 오른 뒤 90년동안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다. 1910년대 포드에 의해 세계 최초로 자동차 대량 생산 체제가 만들어진 것을 고려하면, 도요타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최초로 외국 기업으로서 1위에 오른 것이다. 지난해 도요타의 급성장을 이끈 차종은 코롤라와 캠리 등 승용차였다. 코롤라 판매량은 5%, 캠리 판매량은 6.5% 증가했다.
이번 변화는 외부 변수가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일시적일 수 있다. 외신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거진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한 대응 차이가 이런 변화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지엠의 경우 반도체 공급난으로 여러 공장이 수차례 가동을 멈춘 결과 지난해 미국 시장 판매량이 전년보다 12.9% 급감했다.
도요타는 상대적으로 반도체 공급난에 잘 대처해 지난해 미국 시장 판매량이 10.4%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요타가 차량용 반도체 칩을 비축하기로 한 결정으로 큰 이득을 봤다”며 “미국 자동차 시장의 회복에 다른 업체보다 더 일찍 베팅하고 부품 주문을 덜 줄여 소비자 수요 급증에 더 잘 대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상반기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반도체 공급망 위기로 큰 피해를 볼 때 도요타는 공장 가동률을 90% 이상 유지했다. <뉴욕타임스>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도요타 등 일본 기업들은 주요 부품에 대한 생산·공급 중단을 대비해 해당 부품들에 대한 비축량을 늘려왔다”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에서 역사적인 1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요타는 자세를 낮췄다. 도요타 미국 판매 책임자인 잭 홀리스 수석부사장은 “1위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 목표도 아니고, 우선순위도 아니다”라며 지난해 판매 성과를 어떤 형태의 광고로도 활용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지엠 대변인은 회사의 판매 순위에 대한 언급을 거부하는 등 다소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엠 쪽은 지난해에는 이익 극대화에 집중했다며, 반도체 공급난이 풀리면 매출도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요타 외에 다른 외국 자동차 제조사들도 미국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일본 혼다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전년보다 8.9% 증가한 147만대를 팔았다. 한국 현대자동차는 73만8081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9% 늘었고, 기아차도 전년 대비 20% 증가한 70만1416대를 판매했다. 여기에 별도 브랜드로 나가는 제네시스 판매량이 4만9621대에 이른다. 현대·기아차와 제네시스의 실적을 모두 합하면 148만9천여대로, 혼다를 앞선다. 마쓰다, 폭스바겐, 베엠베(BMW)도 미국에서 좋은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회사 콕스오토모티브 집계 결과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팔린 신차는 모두 1490만대로 2020년보다 2.5%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직전 5년 평균치인 1730만대에 미치지 못한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