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문을 열고 공식 업무에 들어간 대만 대표부 현판. 유럽연합 회원국 가운데 ’대만’ 이름을 사용한 외교 공관을 허용한 것은 리투아니아가 처음이다. 빌뉴스/AFP 연합뉴스
‘대만 대표부’ 개설로 중국과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리투아니아가 대통령이 나서 ‘실수’라고 물러섰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각) 자국 수도인 빌뉴스에 ‘대만’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대표부 개설을 허용한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리투아니아는 지난해 11월 ‘대만 대표부’ 개설을 허용한 뒤, 중국의 거친 항의를 받고 있다.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은 대만 수도 이름을 이용한 ‘타이베이 대표부’라는 이름으로 대만 대표부 개설을 허용하고 있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나는 대만 공관의 개설이 실수하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실수는 그 이름이었고, 이는 나와 협의하지 않은 것이다”고 리투아니아의 현지 라디오 방송과의 회견에서 말했다. 그는 “공관의 이름이 중국과의 우리 관계에 현재 강하게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나우세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잘못을 인지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중일대(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를 만드는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하나의 중국’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투아니아의 ‘대만 대표부’ 개설 허용에 대해 중국은 대만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사실상의 대사관 개설을 허용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중국은 리투아니아와의 외교적 관계를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급으로 격하하고, 중국과 사업을 벌이는 리투아니아 기업들이나 중국과 관련된 리투아니아 공급망에 무역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대만대표부’ 개설이 명칭 상의 실수라고 물러나면서도, 중국이 자신들에 가하는 조처들이 부당하다고 항의했다. 그는 “리투아니아에 불리한 비통상적인 조처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이것이 유럽연합 회원국에 가하는 공격이라고 유럽연합에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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