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갈라파가르의 식료품 가게 앞 모습. 구글 거리뷰 갈무리
“날 어떻게 찾았지? 10년 동안 가족들한테도 연락 안했는데.”
살인 혐의로 지명 수배된 이탈리아 마피아 보스가 19년 도피 생활 끝에 스페인에서 붙잡혔다. 직업까지 바꾼 채 꼭꼭 숨어있던 그의 흔적이 드러난 것은 다름 아닌 구글이 제공하는 실사 웹지도 서비스 ‘구글 거리(스트리트)뷰’를 통해서였다.
올해 예순한살인 전직 마피아 두목 지오아치노 감미노는 20여년 전 살인혐의로 지명수배된 뒤 종적을 감췄다. 그가 도피한 곳은 이웃 나라 스페인이었다. 그는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의 작은 도시 갈라파가르에서, 마누엘로 이름을 바꾸고 요리사로 일하며 식료품 가게를 운영했다. 수년 전에 결혼도 했다.
그를 오랫동안 추적하던 이탈리아 시칠리아 경찰은 2014년 유럽 체포 영장을 발부받고, 그가 스페인으로 도피한 것을 확인했지만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구글 거리뷰를 뒤지기 시작했고, 갈라파가르에 있는 ‘마누의 정원’이라는 이름의 식료품점 앞에서 두 남자가 얘기하는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들 중 한 명이 감미노와 닮았다고 여겼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이후 경찰은 식료품 가게 근처에 이름이 비슷한 ‘마누의 부엌’이라는 식당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식당의 페이스북에서 하얀 요리사복을 입은 감미노의 사진을 발견했다. 식당의 메뉴에는 시칠리아식 저녁 식사가 포함돼 있었다. 현재 이 식료품점과 식당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감미노는 지난달 17일 이탈리아 경찰에 체포됐고, 그의 체포 소식은 5일 스페인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를 체포한 이탈리아 검사는 <가디언>에 “지명 수배자를 찾기 위해 구글 지도를 뒤지는 것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오랫동안 추적을 해온 결과 스페인까지 오게 됐고, 구글 지도의 도움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감미노는 살인 혐의 등으로 수차례 체포됐고, 종신형을 선고받고 로마의 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2002년 탈옥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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