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콜리빌에 있는 한 유대교 예배당에서 인질극이 벌어져, 인질 4명 가운데 한 남성이 이날 오후 5시께 풀려나 당국의 엄호를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의 한 유대교 회당(시너고그)에서 15일 한 남성이 테러 혐의로 수감 중인 파키스탄 여성 과학자의 석방을 요구하며 인질극을 벌이다 11시간 남짓 만에 진압됐다.
인질범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예배가 진행되고 있던 텍사스주 콜리빌의 ‘베스 이스라엘 선교회’ 시너고그에 들어가 랍비를 포함해 4명을 인질로 붙잡았다. 신자들을 위해 중계된 페이스북 라이브에는 한 남성이 ‘죽음’이나 ‘경찰 혐오’ 등을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경찰은 오전 10시41분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연방수사국(FBI), 경찰 특수기동대(SWAT), 주류·담배·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ATF) 등에서 파견된 약 200명의 대원이 현장에 투입됐다.
오후 5시께 인질 중 남성 한명이 풀러났다. 이어, 밤 9시께 인질구조팀(HRT)이 안으로 들어가 나머지 인질 3명을 구출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밤 9시30분께 트위터에 “기도가 이뤄졌다, 모든 인질이 안전하게 살아서 밖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현장 인근에 있던 <시엔엔>(CNN) 취재진은 애벗 주지사가 트위터를 올리기 약 20분 전쯤에 시너고그 방향에서 큰 총소리가 짧게 났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인질범은 숨졌다”고 전했지만, 신상이나 무장 상태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인질범은 테러 기도범인 파키스탄 출신 여성 과학자 아피아 시디키의 석방을 요구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레이디 알카에다’로 불리기도 하는 시디키는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브랜다이스대에서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과학자다. 9·11 테러 연루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의 수배를 받다가 2008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붙잡혔다. 당시 그는 생화학 무기 관련 문서를 담은 컴퓨터용 저장장치를 소지하고 있었다.
이후 미국으로 이송돼 2010년 미군 공격 및 살해 혐의로 86년형을 선고받고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2014년에도 미국 인질과 시디키의 맞교환을 제안한 바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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