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이 25일(현지시각) 엘살바도르에 비트코인에 부여한 법정통화 지위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0일 비트코인 도시 건설 계획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25일(현지시각) 중남미 엘살바도르에 암호화폐(가상자산) 비트코인에 부여한 법정통화 지위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암호화폐를 법정 통화로 채택하는 것은 금융 안정성, 소비자 보호 등에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통화기금은 엘살바도르에 비트코인을 법정통화에서 제외하고 비트코인 관련 법의 범위를 축소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달러를 법정통화로 쓰는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9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해 달러와 함께 쓰고 있다. 비트코인을 적극 옹호하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0일 화산 지대의 지열을 이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10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채권을 발행해 ‘비트코인 도시’를 건설하는 계획도 내놨다.
국제통화기금은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에도 이 조처가 너무 위험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최근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6만9천달러까지 치솟았던 가격이 24일 한때 3만3천달러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의 자료를 보면, 26일 오전 9시(한국시각)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은 3만693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면서 매도세가 이어지고 앞으로 가격이 더 심하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미 경제 매체 <시엔비시>(CNBC)가 25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암호화폐 전체의 시가총액이 2달여만에 1조달러나 줄었다며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암호화폐의 겨울’이 닥칠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전했다.
암호화폐는 2017년 말에도 가격이 폭락한 뒤 한동안 좀처럼 오르지 않는 침체기를 겪었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이전 최고치보다 80%나 떨어졌으며, 이런 가격 수준은 2018년 초까지 계속 이어졌다고 <시엔비시>는 지적했다.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의 전 가상화폐 책임자 데이비드 마커스는 암호화폐 침체기가 이미 닥쳤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24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최고의 기업가들이 더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은 암호화폐의 겨울 동안”이라며 “지금은 토큰(암호화폐) 가격을 올리는 대신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시 집중할 때”라고 썼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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