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9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열렸던 이란 핵협정 복구를 위한 회의 때 모습. 빈/연합뉴스
이란 핵협정(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복구 협상이 중대한 분수령에 올랐다. 이란이 미국의 일부 제재 면제 조처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협상이 마지막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5일 이란 핵활동에 대한 미국의 일부 제재 면제 발표에 대해 “좋으나 충분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에 대한 일부 제재 해제는 선의로 해석될 수 있다”며 “서류상으로 일어난 일은 좋은 것이지만 충분하지는 않다는 것을 그들(미국)은 알아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이란 <이스나>(ISNA) 통신이 5일 보도했다.
전날인 4일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외국 정부·기업의 이란 일부 핵 시설 관련 민간 프로젝트 참여에 대한 제재를 면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 유럽의 기업들이 이란 부셰르 원자력발전소, 아라크 중수로, 테헤란 연구용 원자로 관련 시설에서 핵무기 제조와 관련 없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5일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지난 2018년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란 핵협정 복구 협상의 “주요 이슈들”은 미국이 협정에서 다시 탈퇴하지 않는 보장을 얻는 것이라며 “우리는 정치적, 법적, 경제적 분야에서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분야에서 합의에 도달했다”고도 말했다.
미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일부 제재 해제 조처가 이란 핵협정을 복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토론들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적었다. 보고서에는 또 “(이란의 공개적인) 약속에 따른 것이나 보상의 일환은 아니다”는 표현이 나와, 이번 조처가 이란 핵협정 복구 협상을 타결짓기 위해 미국이 먼저 양보한 것임을 드러냈다.
이란은 핵협정 복구를 위해서는 미국이 협정 탈퇴 뒤 재부과한 제재를 우선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이번 조처와 이란의 긍정적 반응을 들며, 이란 핵협정 복구 회담이 “마지막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에프페>(AFP) 통신도 “진전된 단계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최근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고, 이를 촉진하려고 일부 제재 해제 조처를 내렸음을 내비쳤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로이터에 “최근 빈 회담은 가장 강도있게 진행된 회의였다”며 이견을 줄이는 데 일부 진전이 있었고 이제는 정치적인 결정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사에드 하디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은 “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의무 완수를 위한 올바른 방향에 있는 어떠한 조처라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빈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란 핵협정 복구 회의는 지금까지 8차례나 열렸고, 9차 회의는 이번주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이란은 지금까지 직접 협상 대신에 유럽 국가들을 통한 간접 회의를 진행해왔으나, 새해 들어 이란이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미국도 이번에 일부 제재 해제로 화답해, 양자 직접 협상 가능성도 있다.
이란 핵협정 복구는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대외정책이었으나, 이를 반대하는 미국 내 여론과 제재 해제를 먼저 요구하는 이란의 강한 주장이 겹쳐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위기가 심화되며 미국에 이란 핵협정 복구는 더 급선무로 떠올랐다. 이란 핵협정이 복구되지 않으면, 미국은 중동 개입을 축소하기 힘들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대응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5일 사설에서 이란 핵협정 복구 회담에서 최악의 결과는 ‘노딜’(협상결렬)이라며, 적극적인 타협을 주문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