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각) 미국 의회에서 직장내 성폭력 사건에서 강제 중재 조항을 없앤 법안이 통과된 뒤, 2016년 성희롱 피해 사실을 폭로한 전 <폭스 뉴스> 앵커 그레첸 칼슨(가운데)과 이 법안을 최초 발의한 커스틴 질리브랜드 민주당 상원의원(왼쪽),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의회는 10일(현지시각) 직장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강제 중재 조항을 무효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피해자가 곧장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미투’ 운동의 승리로 평가된다.
미 상원은 이런 내용의 법안을 이날 구두표결로 통과시켰다. 앞서 하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지난 7일 찬성 335표, 반대 97표로 처리했다.
이 법안은 직장에서 성폭력과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제3자에 의한 중재를 의무화한 취업계약서 조항을 무효화했다. 취업계약서에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이 조항은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막고 법정 밖에서 비공개로 처리하도록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기업들은 “강제 중재가 법정으로 가는 것보다 분쟁 해결에 더 효율적이고 비용도 덜 든다”며 반대해왔다.
이 법안 처리를 촉구해온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유롭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피해자가 원하면 중재 절차도 밟을 수 있다.
이 법안은 미투 운동이 번지던 지난 2017년 커스틴 질리브랜드 민주당 상원의원과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최초로 발의했다. 질리브랜드 의원은 “이것은 분명히 우리 평생에 가장 큰 직장 개혁 중 하나”라고 법안 통과를 반겼다.
2016년 당시 <폭스 뉴스> 회장 로저 에일스에게 성희롱당한 사실을 폭로한 앵커 그레첸 칼슨도 법안 통과 뒤 기자회견에서 “이제 여성들이 직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목소리를 내면 세상이 듣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나쁜 행위자들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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