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평양 화성지구 1만세대 주택 건설 착공식에 참석해 공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노동자들을 격려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핵 협상에서 성과를 내려면 북한과 미국 최고 지도자의 정치적 의지가 가장 중요하며, 군사·경제적 우위에 있는 미국이 먼저 유화적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평화연구소와 퀸시연구소, 한국의 세종연구소는 지난해 10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관한 협상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지난 14일 공개했다. 전직 외교관 등 각각 4명씩으로 이뤄진 한국, 북한, 미국, 중국의 가상의 대표단이 화상으로 롤플레잉 ‘평화 게임’을 한 것이다. 미래인 2026년 1월 스톡홀름에서 북한과 미국이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미 전략·핵 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 등을 뼈대로 한 중간 합의를 했다는 전제 아래 2028년 비엔나 북-미 정상회담까지 협상을 진행하는 시나리오다.
이 시뮬레이션에서 4개국은 결국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몇가지 제안을 내놨다.
우선, 합의를 이루려면 되돌릴 수 있는 ‘스몰 딜’을 통해 단계적 조처를 취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예를 들어 영변 핵시설 ‘중단’을 놓고도 북한은 그 중요성을 더 크게 여기면서 되돌릴 수 없는 ‘폐기’로 인식하는 등, 북한과 미국이 서로 협상에서 얻게 될 이익보다는 손해를 더 민감하게 여기는 ‘손실 기피’ 태도를 보이더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궁극적으로 위험 부담 없는 합의라는 것은 없으며, 모두의 양보가 없는 합의도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구팀은 당사자들은 모두 상대방이 양보하는 한 협상에 열려 있었다며, “미국이 상대적으로 북한보다 더 강한 외교적, 군사적, 경제적 위치를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이 신뢰구축 조처를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이 선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처로는 △북한에 대한 여행 금지 해제 △한국전쟁 종전 선언 △미국 전략·핵 자신의 한반도 전개 중단 △인도적 지원 및 코로나19 백신 제공 △비핵화 조처에 상응하는 부분적 제재 해제 약속 △이같은 조처들에 관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신 교환 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에서 북한과 미국의 협상팀은 각자의 최고 지도자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협상이나 합의를 하지 않으려 했다며, “대통령의 리더십과 정치적 의지가 합의 도달에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다.
연구팀은 또한 시뮬레이션에서 미-중 경쟁이 북핵 협상 과정에서도 한-미 간에 오해를 키웠다며, “정책 수립자들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프로세스를 미-중 전략 경쟁의 부분집합으로 규정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