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를 안내하는 표지판 앞으로 15일(현지시각) 스쿨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뉴타운/로이터 연합뉴스
2012년 미국에서 발생한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유족들이 총기 제조사로부터 7300만달러(약 873억원)의 보상금을 받기로 합의했다고 미 언론이 15일 일제히 보도했다. 총기 사고에서 면책을 받아온 제조사들에 대한 경종이다.
샌디훅 초등학교 사건은 총기 사고가 잦은 미국에서도 최악의 참사로 꼽힌다. 2012년 12월 코네티컷주에 살던 20살 애덤 랜자가 자신의 어머니를 총기로 살해한 뒤 샌디훅 초등학교에 난입해 레밍턴사의 반자동소총 ‘부시매스터’를 난사해 순식간에 1학년 학생 20명과 교사 등 어른 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번 소송은 희생자들 가운데 학생 5명과 어른 4명의 유족이 제기한 것이다. 미 연방법은 총기를 잘못 사용해 발생한 사고 책임에서 제조사를 보호하고 있다. 이런 장벽에 맞서 유족들은 총기 제조사 레밍턴이 랜자처럼 사회에 불만을 품은 청년 등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한 것이 코네티컷주 법에 위반된다며 우회로를 파고들었다. 제조사는 자사의 마케팅과 랜자의 범행에 관련성이 없다고 책임을 부인해 왔으나, 결국 법원 심리가 개시되기 전에 유족들과 합의했다.
레밍턴은 유족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 외에도, 샌디훅 초등학교 참사에서 사용된 무기 등 제품들의 마케팅 관련 계획이 포함된 수천 쪽의 회사 내부 문서를 공개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레밍턴은 현재 파산한 상태여서, 보상금은 레밍턴이 가입한 보험사를 통해 유족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총기 사고 관련 소송에서 연방법의 제조사 면책 조항은 넘기 힘든 장애물이었지만, 이번 합의는 연방법을 우회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강력한 총기 로비 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와 공화당, 그리고 2005년 제정된 총기산업보호법의 방어막 뒤에 있던 제조사들에 경고장을 던졌다는 것이다.
샌디훅 초등학교 참사에서 아들을 잃은 베로니크 데 라 로사는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샌디훅 같은 잔혹행위를 가능하게 만든 산업의 이익보다 우리 아이들에 대한 보호 의무가 앞선다는 것을 보여주는 변곡점”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을 내어 “이 합의가 비극적 날의 고통을 지우지는 않지만 총기 제조사들에 무기 제조와 무책임한 마케팅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 필요한 일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