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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유엔·EU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촉구

등록 2006-02-17 19:05수정 2006-02-17 19:11

인권위 “500명 임의 구금·고문…적법절차 회부를”
아난 총장도 동조…미국은 “폐쇄 못한다” 맞서
미국이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의 또 다른 얼굴인 관타나모 수용소. 국제사회가 고문과 인권침해로 얼룩진 이 수용소를 폐쇄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16일 5명의 특별조사관이 18개월에 걸쳐 작성한 54쪽의 관타나모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관타나모 수용소를 즉각 폐쇄하고 수감자들을 적법한 사법절차에 회부하거나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조사관들은 미국이 ‘테러용의자’라는 이유로 40여개국 출신의 500여명을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임의 구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미군 당국이 이들을 심문하면서 고문을 했다는 “여러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수감자들에 대한 구타, 독방 장기 감금, 발가벗겨 뙤약볕 아래 세워두기, 단식투쟁 수감자들에게 튜브를 꽂아 음식강제투입 등이 이곳에서 벌어진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다. 특히 미 국방부는 ‘특별심문기법’을 허용해 고문을 ‘재정의’하기까지 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수용소 폐쇄에 동조했다. 그는 이날 “보고서 내용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타나모 수용소는 곧 폐쇄돼야 한다”며 “개인들을 영원히 가둬둘 수는 없고, 수감자들은 해명의 기회를 가지고 기소되거나 석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의회도 16일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럽의회는 “수감자들은 국제 인도주의 법규에 따른 대우를 받아야 하며, 지체 없이 적법하고 독립적인 법정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관타나모를 폐쇄할 수 없다며 정면으로 맞섰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미군은 수감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며 “관타나모 수감자들은 위험한 테러리스트들이고, 이들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감된 알카에다 조직원들은 거짓 주장을 퍼뜨리도록 훈련받았고, 유엔 보고서는 수감자 변호사들이 주장해온 내용의 재탕”이라고 부연했다.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점령지인 쿠바 남동부의 관타나모 해군기지에는 2002년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되자 수용소가 설치됐다.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테러용의자’로 체포된 이들을 4년 넘게 구금됐다. 미군은 이들을 ‘적 전투원’으로 분류해 국제법 적용을 거부했다. 재판이나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접근이 차단된 채 군기지 안에서 수감자들이 가혹한 심문을 받는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최근 공개된 미 국방부 보고서는 수감자 중 45%만이 미국에 적대행위를 했고, 8%만이 알카에다 관련자라고 분류했다. 절반 이상이 억울한 수감자일 수 있다.


비난이 거세지며 ‘관타나모’는 인권과 문화의 화두로도 등장했다. 영국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영화 <관타나모 가는 길>은 19일 폐막하는 베를린영화제에서 유력한 최우수상(황금곰상) 후보로 거론된다. 관타나모에 2년 넘게 수감됐다 풀려난 영국 무슬림 청년 3명의 실화가 바탕이다. 사피크 라술 등 세 청년은 파키스탄에서 열린 친구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잠시 아프간에 들렀다. 그러나 미군에 체포됐고, 관타나모에 수감돼 가혹행위를 받다가 영국 정부의 협상으로 풀려났다.

영화는 미군 조사관들의 수감자 구타, 코란 모독 등 인권유린을 생생하게 전한다. 라술은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석방된 뒤 잠자는 게 정말 힘들었다”며 “아직도 미군들이 쿵쿵 거리고 돌아다닌는 악몽을 꾼 뒤 땀에 젖어 깨곤 한다”고 했다. 그는 “수감자 모두가 석방되고, 수용소가 폐쇄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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