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 토마스가 난 18일(한국시각)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수영 대회에서 열린 여자 수영 200야드 경기를 마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선수가 여성부 대회에 참가하는 건 공정한 일일까. 그의 참가를 불허하면서도 여전히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지지할 수 있을까. 한 트랜스젠더 수영선수의 행보가 미국사회에 복잡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리아 토마스(23·펜실베니아대)는 지난 18일(한국시각)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수영 대회
여자 자유형 500야드(457m)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토마스의 기록은 4분33초24. 2위 엠마 웨이언트를 1초75 차이로 제쳤다. 웨이언트는 2020 도쿄올림픽 여자 혼영 400m 은메달리스트다.
토마스는 트랜스젠더다. 평생 수영선수로 살아온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육체로부터 단절된 느낌”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토마스는 2019년부터 호르몬 대체 요법(HRT)을 받았고 지난해부터 여성부 선수로 대회에 나섰다.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그는 NCAA의 첫 ‘트랜스젠더 챔피언’이라는 역사를 썼다.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참가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효한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AP 연합뉴스
그러나 그의 역사는 논쟁을 불렀다. 신체에 남성의 흔적이 남아 있는 트랜스젠더 선수가 여성 선수들과 경쟁하는 일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23일 성명을 통해 토마스는 정당한 챔피언이 아니라면서 “플로리다는 여성 스포츠를 파괴하고자 노력하며 생물학보다 이데올로기를 우위에 두려는 NCAA에 저항한다”고 말했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는 정치인으로 지난해 6월에는
‘여성 스포츠 공정성 법안’에 서명해 발효시키기도 했다. 이 법안은 태어날 때 남성으로 지정된 사람이 여성 스포츠에 참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오와, 텍사스 등 11개 주가 법을 통해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대회 참가를 막고 있다.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참가를 금지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스펜서 콕스 유타주지사. AP 연합뉴스
이같은 조치가 트랜스젠더의 기본적인 권리를 해친다는 반대 목소리도 비등하다.
<에이피(AP) 통신>은 24일 역시 공화당 소속인 유타와 인디애나의 두 주지사가 트랜스젠더 선수의 스포츠 참여를 금지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는 “주의회가 트렌스젠더 선수들이 스포츠 공정을 훼손한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 역시 토마스의 대회 기록을 들며 트랜스젠더가 공정성을 해친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토마스의 500야드 기록은 역대 1인자 케이티 러데키보다 9초가 느리며 전체 15번째에 해당한다”면서 생태계를 파괴할 정도의 위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기량을 의심하는 것이 차별일 수 있다는 반박이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