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4일 2017년 11월 이후 4년4개월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이유 중에는 우크라이나 상황을 이용하려는 측면이 있다는 미국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한국연구센터장은 24일(현지시각) <포린 어페어스>에 실린 ‘북한의 핵 기회주의-김정은은 왜 우크라이나 위기를 이용하려고 선택했나?’라는 기고문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응력 부족과 한국의 정권교체 상황을 이용한 북한의 핵무기 확장 시도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이 전통적으로 출범을 앞둔 한국의 새로운 정부에 대해 위협으로 “인사”하는 오랜 역사가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상황으로 인해 국제 사회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제재를 가할 여력이 줄어든 점을 들었다. 특히, 테리 센터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미국과의 대치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넘어가지 않은 점을 들어서, 북한 역시 아직은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위기그룹의 한반도문제 선임연구원인 크리스토퍼 그린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이번 발사가 기존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갔으나, 일본 상공을 넘어가지는 않았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이는 유엔의 대응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있고, 게임체인저는 아니다”며 “이는 북한도 확실히 의식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관여 정책의 부재가 이번 발사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 담당 국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았다면 북한의 대륙간탄도시마일 도발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주장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협상에 나서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버락 오바마 시절 정책 기조를 차용한 듯하다“며 “그러나 역사가 보여주듯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은 김정은이 더 커지고 진화한 핵무기를 손에 넣게 보장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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