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년 전 폭파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들 가운데 3번 갱도(붉은색 원)를 복구하고 있는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사진은 2018년 5월24일 외신을 초청해 갱도를 폭파할 당시 북한이 공개한 갱도 지도. 연합뉴스
북한의 핵실험 재개 가능성과 관련해 한-미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책을 협의하고 있다고 군 당국이 28일 밝혔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갱도 중 일부의 복구로 추정되는 불상 활동이 식별되었다”며 “한-미 당국은 긴밀한 협조 하에 관련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기자들이 ‘북한 핵실험시 대응 방안’을 묻자 “한-미간 대응 계획은 여러 옵션(선택지)을 긴밀히 논의 중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건을 고려해서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한다는 입장이며, 억지력이 가장 중요한데 그런 관점에서 어떤 방안이 가장 효과적일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4년 전 폭파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4개의 갱도 중 핵실험에 사용되지 않았던 3번 갱도를 복구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김일성 생일(4월15일)과 조선인민군 창건일(4월25일)이 있는 다음달 7차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할 경우 한-미 합동 또는 한국 단독으로 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벌이거나, B-52H 장거리 폭격기나 B-1B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출동시켜 무력을 과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앞서 지난 24일 북한이 신형 ‘화성-17형’이라고 주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자 군 당국은 동해상의 표적을 대상으로 지상·해상·공중에서 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이튿날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의 현장지휘로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A 28대를 동원한 지상활주 훈련인 이른바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에 대해 군은 28일에도 “한-미 정보당국은 다양한 출처의 정보와 정황을 종합하여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공식적 결론 공개를 유보했다. 다만 군과 정보당국은 내부적으로 북한이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화성-17형이 아니라 기존 화성-15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17형은 엔진 노즐이 4개인데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2개이며, 1단 엔진 연소 시간도 화성-15형과 비슷하다는 점을 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이 <조선중앙텔레비전>으로 공개한 영상 또한 당일 실제 날씨 등을 고려할 때 이전에 찍어둔 화면과 짜깁기했다고 당국은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17형과 화성-15형 모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이지만, 북한이 기술 진보를 과시하려고 대외적으로 기만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