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총선, 친중 정권 압승…푸단대 분교 설립 힘받는다

오르반 총리, 53% 득표 199석 중 135석
국민투표 오른 중 대학 설립도 추진될 듯

3일 저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신화 연합뉴스

헝가리 총선에서 집권당이 승리하면서, 지난해 반대에 부닥쳤던 중국 푸단대학의 부다페스트 분교 건립 계획이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치러진 헝가리 총선에서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 피데스는 53%의 득표율로 헝가리 의회 199석 중 135석을 차지했다. 야권 연합은 35%의 득표율로 56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번 승리로 오르반 총리는 4연임에 성공하며 12년이 넘는 장기 집권을 이어가게 됐다.

오르반 총리는 친중·친러 성향으로, 2010년 집권 이후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등 반유럽연합(EU) 정책을 펴왔다. 지난해 유럽연합이 홍콩 문제를 이유로 중국과 맺은 범죄인 인도 조약을 취소하려 하자, 반대표를 던져 무산시켰다.

지난해 헝가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중국 푸단 대학의 부다페스트 분교 설립 계획도 다시 궤도에 올라설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야당을 중심으로 진행된 푸단대 캠퍼스 건립 반대 시위로 오르반 총리가 한 발 물러났으나, 계획을 완전히 폐기하지는 않았다. 헝가리 정치자본연구소의 피터 크레코 소장은 “푸단대 캠퍼스의 건설 계획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큰 승리로 오르반은 어떤 제약 없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야당은 지난달 초 20여만 명의 서명을 모아 푸단대 부다페스트 분교 설립에 대한 국민 투표를 신청했다. 야당은 애초 이번 총선에서 국민투표를 하기를 원했지만 일정상 이뤄지지 않았다. <헝가리 투데이>는 오는 10월 국민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앞서 친중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지난해 4월 중국 쪽과 수도 부다페스트에 푸단 대학 분교를 설립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52만㎡의 캠퍼스에 인문, 사회, 과학, 의학 등 4개 학부를 조성하며, 18억 달러(2조1800억원)가 투자되는 사업이다. 이 중 15억 달러(1조8100억원)를 중국이 헝가리에 차관으로 제공한다.

헝가리 한해 고등교육 예산에 맞먹는 돈이 푸단 대학 건설에 쓰이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해 6월 야당과 부다페스트 시민을 중심으로 1만 여명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66%가 푸단 대학 분교 설립 방안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