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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기후위기엔 좌우 없고, ‘남북 그린데탕트’ 공약 지킬 방법 있다

등록 2022-04-17 07:59수정 2022-04-17 09:20

[한겨레S] 정욱식의 찐 안보
새 정부의 대북정책

당선자 공약에 ‘그린데탕트’ 포함
이전 정부에선 각종 조건 걸어 불발
기후위기, 국경·이념 가리지 않아
절감한 국방비로 탄소 중립 기대
지난 13일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주도하는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에 참가한 헬기들이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주도하는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에 참가한 헬기들이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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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가 네 제안을 받아들였네.”

3월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몇몇 지인들이 필자에게 전해준 말이었다. 무슨 말인가 알아보니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대북정책 공약에 필자가 주창해온 ‘그린 데탕트’가 포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강경 정책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며, 그 근거로 그린 데탕트를 제시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인 국민 합의에 기초한 통일방안 추진을 위해 미세먼지, 재해재난, 기후변화 공동 대응, 산림·농업·수자원 협력 등 ‘남북 그린 데탕트’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떠올랐다. 그린 데탕트는 이들 정부 시기에 대북정책의 주요 목표로 이미 제시됐고 인수위 내용에서도 달라진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 데탕트는 충분히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 악화일로를 걸어온 남북관계 개선과 ‘글로벌 코리아’를 표방한 한국 외교의 새 지평을 여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인간 안보’의 최대 주적인 미세먼지와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윤석열식 그린 데탕트’에 세가지 제안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그린 데탕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존 접근법의 한계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그린 데탕트를 표방했고 문재인 정부 역시 이러한 취지를 담은 남북협력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실효는 없었다.

왜 그랬을까? 가장 큰 이유는 기존의 그린 데탕트가 기능주의적 접근법이었다는 데에 있다. 한반도는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가운데 하나이고 방재 역량이 부족한 북한은 가뭄과 홍수 등 잦은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에 따라 기후·환경 분야의 협력을 추진하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대화와 협력은 거의 없었고 최악의 군비경쟁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말았다. 더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그린 데탕트는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한 것이었기에 더더욱 현실성이 없었다.

현실적인 제약도 더욱 커졌다. 북한의 핵무력 증강과 대북 경제제재 강화가 악순환을 형성하면서 남북한의 기후·환경 협력 추진 환경이 더욱 악화된 것이다. 일례로 남북 및 국제 협력을 통해 북한의 기후변화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북 제재의 일부 내용을 면제해야 하지만, 유엔의 대북제재위원회는 불허를 고수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그린 데탕트가 빛을 보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핵심은 군사 문제를 그린 데탕트 추진 전략의 중심에 놓는 것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날로 증가되는 군사 활동은 기후위기의 주범 가운데 하나인데, 자각도 부족하고 통제 장치도 거의 없다. 군비증강 열기는 기후위기 대처에 필요한 소중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면서 기후 협력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한반도에서 격화되는 군비경쟁은 기후·환경 협력에 필요한 대북 제재 완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흔히 대북정책과 국방정책을 구분해서 바라보곤 한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하면서도 강력한 한-미 동맹과 국방력 건설을 통해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고 유사시 승리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처럼 간주되어왔다. 그러나 바로 이 상식이야말로 대북정책이 실패해온 가장 큰 이유이다. 단언컨대, 한반도 문제의 절반 이상은 군사 문제이다. ‘군사’ 정전협정에서부터 한-미 동맹, 북핵 문제, 한국의 역대급 군비증강과 한미연합훈련 등도 기본적으로 군사 문제이다. 이는 그린 데탕트를 포함한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가 국방정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새 정부의 그린 데탕트가 성공하길 간절히 기원하면서 크게 세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대통령 직속으로 ‘그린 데탕트 민관 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통일부뿐만 아니라 국방부, 외교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와 민간 전문가의 참여 속에 그린 데탕트를 국가적·국민적 의제로 삼아보자는 것이다.

둘째, 8월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유예 선언을 그린 데탕트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8월 연합훈련의 실시 여부는 향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대규모 연합훈련의 자제는 미세먼지와 탄소 배출 자체를 줄일 수 있고, 단절된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를 재개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보수 정권의 이러한 선택을 두고 ‘친북·반미’라는 색깔론이 나올 리 만무하고 오히려 야당의 지지도 받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 위기 대처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점도 한-미 간의 생산적인 협의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이다. 5월 말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연합훈련의 유예를 선언하고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는 것을 검토해봐야 할 까닭이다. 만약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선언이 나온다면, 그 의미는 매우 클 것이다. 노태우와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발표 이후 30년 만에 처음 나오는 것이자, 체념과 불안으로 점철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그린 데탕트를 글로벌 외교의 중추로 삼길 바란다. 미세먼지와 기후위기는 국경을 초월한 문제이기에 한 국가나 남북관계 차원에 국한할 수 없는 속성을 품고 있다. 특히 미-중 전략 경쟁에 더해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기후 협력은 뒷전으로 밀리고 군비증강 열기가 지구촌을 휘감고 있다. 인류 사회의 처지가 ‘냄비 속 개구리’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국방비 30조 줄여 탄소중립 지원하길

필자가 그린 데탕트 위원회 설치와 한미연합훈련 유예를 제안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군비경쟁이 가장 극심하고 기후위기에 취약한 지역인 한반도의 남쪽에서, 그것도 보수 정권이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면 국제사회에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젠가 있을 윤석열 당선자의 유엔 총회 연설에 이런 내용이 포함되길 기원한다.

“대한민국이 먼저 솔선수범하겠습니다. 제 임기 5년 동안 국방비를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면 약 30조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절감한 예산 중 10%를 개발도상국들의 탄소 중립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지원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동참을 호소합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를 전공했다. 조지워싱턴대 방문학자로 한-미 동맹과 북핵 문제를 연구했다. 1999년 평화네트워크를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핵과 인간>, <한반도 평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조건>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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