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를 앞두고 극우 마린 르펜 후보가 유럽연합 예산 유용 의혹에 휘말렸다. 아비뇽/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대통령 선거의 결선 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극우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후보가 유럽연합(EU) 예산 전용 의혹에 휘말려, 선거의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되고 있다.
유럽연합 부패방지국은 르펜 후보가 유럽의회 의원 시절 모두 13만7천유로(약 1억8천만원)의 유럽연합 예산을 전용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달 프랑스 검찰에 보냈다고 프랑스 탐사보도 매체 <메디아파르>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르펜 후보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유럽의회 의원으로 일했다. 프랑스 검찰은 17일 보고서를 받았다고 확인하고 현재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디아파르>는 르펜의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 그의 동료 루이 알리오 등 3명의 국민연합 소속 전 유럽의원도 예산을 전용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들 4명이 전용한 예산은 모두 61만7천유로(약 8억2천만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부패방지국의 보고서는 르펜이 2010년에 국민연합이 주최한 행사에 참가한 당원 13명의 숙박비와 차비로 5천유로를 유럽연합에 요구하면서, 이 행사의 주제가 ‘금융 위기에 처한 지역과 유럽’이라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국민연합 소속 의원들은 2014년에도 가방이나 필기구 등 당 홍보용품 구입비 2만3100유로, 국민연합 전당대회에 쓸 포도주 구입비 4107유로 등을 유럽연합 예산으로 처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보고서는 “4명의 전 의원들이 한 행동은 유럽연합 기구의 명성을 훼손했다”며 이들의 행위는 공적 자금 유용이나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르펜은 2018년에도 자신의 경호원이 유럽의회와 관련된 일을 했다며 유럽연합 예산 33만9천유로를 지급했다가 기소된 바 있다.
르펜의 변호사는 자신의 의뢰인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면서 이 보고서가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를 앞두고 공개된 것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고 <메디아파르>는 전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 임시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프랑스는 대선에 개입해 르펜 후보에 타격을 주려는 유럽연합의 시도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4일로 예정된 대선 결선 투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우세 속에 박빙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 14~16일 실시된 입소스-소프라 스테리아의 여론조사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55.5%를 득표해 11%포인트 차이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편, 1차 투표에서 22% 득표율로 3위를 했던 장뤼크 멜랑숑 후보의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당은 결선 투표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멜랑숑 지지자 상당수는 결선 투표에서 기권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렇게 될 경우 마크롱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크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